[발전사 안전 민낯] 사고나면 반복되는 '네 탓 공방'…서부발전·한전KPS 사례 살펴보니

  • 5년간 발전공기업 산재 사상자 84.7% 하청 소속…사망자 전원도 '하청'

  • 발전사들 인건비 절감 위해 외주화 확대…원·하청 간 책임소재 공방도

지난 8월 28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주최로 한전KPS비정규직지회 불법파견 소송 판결에 따른 입장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28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주최로 한전KPS비정규직지회 불법파견 소송 판결에 따른 입장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잇따른 발전소 산업재해 속에서 고위험 작업을 외주화한 다단계 하청 구조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원·하청 간 책임 공방이 이어지며 현장 안전 관리의 공백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발전공기업 산업재해의 상당수가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최근 5년간 발전공기업 6곳(한국수력원자력 및 동서·서부·중부·남동·남부발전)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상자는 총 528명이었다. 이 중 84.7%가 하청 노동자였으며, 사망자 전원(5명) 역시 하청 소속이었다.

발전사들은 정비·보수·해체 등 고위험 작업의 외주화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운영비 중 인건비가 전체의 약 20~30%를 차지하는 만큼 고임금 정규직 인력을 줄이고 다단계 하청 구조로 전환하는 흐름이 고착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둘러싼 원·하청 간 공방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 고(故) 김충현씨 사망 사고다. 김씨는 지난 6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전KPS의 2차 하청업체인 한국파워O&M 소속으로 선반 작업을 하다 끼임 사고로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는 서부발전이 발주·원도급을 맡고, 한전KPS가 1차 하청을, 한국파워O&M 등 협력업체가 2차 하청을 수행하는 다단계 하청 구조로 운영돼 왔다. 사고 직후 서부발전은 "발전 정비 설비는 한전KPS가 임차·관리하고 있으며 사고가 발생한 정비동 역시 한전KPS가 관리하고 있어 서부발전 소유로 보기 어렵다"며 책임의 1차 주체를 하청으로 돌렸다. 하청인 한전KPS 역시 김씨가 수행한 작업을 "작업오더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이라며 회사의 지휘 범위를 벗어난 개인 행위였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당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 형식적인 관리 책임은 2차 하청업체에 있지만 실질적인 업무 지시와 관리 권한은 한전KPS가 보유하고 있어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며 "경상정비 업무의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고(故) 김용균씨 사망 사고 당시에도 유사한 '네 탓 공방'이 벌어졌다. 당시 원청이던 서부발전은 실질적인 고용 관계가 없고 직접적인 작업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은 원청 설비를 관리·운영하는 구조상 독자적인 안전 조치에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계약 구조상 원청은 발주와 감독, 하청은 현장 수행으로 역할이 분리돼 있어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사고 예방보다는 사고 이후 법적 책임 회피에 초점이 맞춰진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장 안전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주체가 사라진 상태에서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성희 L-ESG평가연구원장은 "원청은 책임성을 가져야 하고 하청은 단계별로 책임을 져야하는데, 현행 법률에 명시돼있지 않아 책임 분담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며 "모든 책임을 세세하게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실적으로는 원청의 책임성을 규정한 법 취지에 준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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