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은 시작하자마자 잘게 쪼개진다. 수상 소감은 30초 요약으로, 레드카펫은 브랜드 태그가 달린 영상으로, 농담은 밈으로 분해된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본다. 대부분은 보지 않는다. 하지만 거의 모두가 어딘가에서 오스카를 접한다.
이 같은 장면을 예고하는 상징적 결정이 나왔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2029년부터 아카데미 시상식을 유튜브에서 5년간 독점 중계하기로 했다. 1976년 이후 반세기 가까이 이어온 ABC의 독점 중계는 2028년 100회 시상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 소식을 단순히 ‘젊은 세대 공략’으로 해석하면 핵심을 놓친다. 문제는 연령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방송 시간표에 모이지 않는다. 이미 모여 있는 플랫폼으로 이벤트가 이동할 뿐이다.
중요한 변화는 라이브 이벤트의 성격이다. 오스카는 더 이상 ‘그날 밤’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시상식 전후로 레드카펫, 비하인드 영상, 인터뷰, 클립이 연중 내내 검색되고 추천된다. 아카데미가 구글과 함께 방대한 소장 자료를 디지털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상식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데이터베이스형 콘텐츠가 된다.
한국 독자들에게 이 변화는 낯설지 않다. 우리는 이미 “TV를 켠다”가 아니라 “앱을 연다”로 하루를 시작한다. 메신저는 관계를 붙잡고, 영상 플랫폼은 시간을 가져간다. 뉴스 역시 기사보다 요약, 클립, 추천을 통해 먼저 도달한다.
여기에 AI가 더해지면 풍경은 더 단순해진다. 시청은 정주행보다 요약이 먼저이고, 감상은 개인 경험보다 공유를 통해 완성된다. 광고는 중간광고가 아니라 쇼츠와 커머스, 라이브 판매로 녹아든다. 시청자는 관객이 아니라 동시 편집자이자 유통자가 된다.
오스카의 유튜브행은 방송의 종말을 뜻하지 않는다. 다만 방송이라는 형식이 해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제 그 다음 단계다.
첫째, 공공성은 어디에 붙을 것인가.
둘째, 편집권이 알고리즘으로 옮겨갈 때 다양성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셋째, 기록의 주체는 누구인가.
2030년의 오스카는 아마도 조용히 열릴 것이다. 누군가는 실시간으로 보고, 누군가는 다음 날 요약으로 접하며, 대부분은 클립 몇 개로 충분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시상식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은 더 이상 ‘한 시간에 모두가 동시에 보는 사건’은 아니다.
이미 우리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다. 오스카는 늦게 도착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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