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숙제'만 잔뜩 내주는 금감원장

 
사진신동근 기자
[사진=신동근 기자]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의 해외증권 중개영업을 향해 다시 한 번 경고 메시지를 냈다. 투자자 보호보다 단기 수수료 수익에 치중한 과열 경쟁이라는 지적이다. 해외주식 중개업 중단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시장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문제의식 자체는 공감할 만하다. 해외주식 투자 확산 과정에서 과장 광고나 위험 설명이 미흡했다면 점검과 개선은 불가피하다. 다만 이번 메시지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을 수 있다. 모험자본 확대와 생산적 금융을 주문하면서 정작 수익 기반이 되는 영역에는 경계 신호를 먼저 보내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주식 중개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증권사의 단기 이익 추구로만 해석하기에는 시장 환경 변화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내 증시 부진과 투자 수요의 해외 이동 속에서 증권사들은 고객 요구에 맞춰 서비스 경쟁을 확대해 왔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비 또한 급등했다. 앞서 이 원장 또한 “오죽하면 해외 투자를 하겠냐, 정서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며 서학개미들의 투자 선택이 국내 시장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해외주식 투자를 조장한 것이 아니라 고객들의 투자 흐름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증권사가 순진한 투자자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식의 엘리트주의적 시각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금감원이 해외주식 중개영업을 정조준한 배경에는 최근 급격한 환율 상승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크게 오르면서 시장 안정 차원에서 애꿎은 증권사를 향해 강한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개인투자자의 손실 통계를 제시했지만 이는 증권사의 탓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투자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 해외주식 영업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한 발언은 시장에 불필요한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위법·부당 행위에 대한 엄정한 대응과 정상적인 영업 활동에 대한 관리·감독은 분명히 구분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전날 이 원장이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모은 간담회에서도 감지됐다. 당시 이 원장은 투자자 최우선 원칙의 내재화, 상품 설계 단계에서의 위험 고지 강화, 모험자본 공급을 통한 생산적 금융의 역할 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단기 성과에 매몰된 상품 쏠림과 과열 경쟁, 상품 차별화 부족에 대한 지적을 주로 이어갔다.
 
방향성 자체는 정론이지만 해당 간담회에서 업계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혁신 상품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기준과 방식은 구체적이지 않았고 공모펀드 보수 체계나 세제 합리화 역시 문제 제기에 그쳤다.
 
투자자 보호가 대의라는 것에 이견은 없다. 다만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도 필요하다. 숙제와 함께 당근책도 제시돼야 메시지도 시장에서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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