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용산의 교훈, 청와대의 한계, 그리고 세종이라는 종착지

대통령 집무실이 다시 청와대로 돌아온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부터 용산 대통령실 기능을 청와대로 단계적으로 이전하고 있으며, 이전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재명 대통령도 연내 청와대에서 집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용산 이전 3년 7개월 만의 복귀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지점은 ‘어디로 돌아왔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배웠는가’다.

용산 이전은 상징적 결단이었다. ‘제왕적 청와대’를 벗어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냉정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소통의 공간이 되지 못했고, 경호와 동선 문제는 일상을 마비시켰다. 군사시설 한복판에 자리한 집무실은 개방보다 통제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이전의 명분이었던 소통과 효율은 제도화되지 못했고, 공간만 옮긴 채 권력의 작동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용산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쉽게 꺼내서는 안 될 ‘계엄’이라는 단어가 다시 공론의 장에 오르게 된 공간이기도 했다. 공간을 바꾼다고 정치가 바뀌지는 않으며, 잘못된 공간은 오히려 권력을 더 경직시키고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청와대 복귀는 이러한 실패에 대한 반작용이다. 대통령과 참모진을 여민관에 밀집 배치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브리핑과 생중계를 확대하겠다는 설명은 합리적이다. 운영 측면만 놓고 보면 용산보다 나은 조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청와대 역시 이미 답을 받아온 공간이다.
청와대는 효율적인 집무 공간이었지만, 동시에 권위주의의 상징이었다. ‘구중궁궐’ 논란은 단순한 이미지 문제가 아니라, 권력이 시민으로부터 점점 멀어졌다는 구조적 비판이었다. 청와대라는 공간이 지닌 역사적 무게는 어떤 대통령에게도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이번 복귀는 최종 해답이 아니라 과도기적 선택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밝혀온 세종 이전 구상은 중요하다. 행정수도 이전은 대통령 개인의 취향이나 정치적 상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운영 구조에 대한 질문이다. 수도권 과밀, 행정 비효율, 지역 불균형이라는 오래된 과제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서 세종은 여전히 유효하다.

세종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쟁의 ‘종착지’에 가장 가까운 선택지다. 청와대와 용산이 각각 과거와 실험의 공간이었다면, 세종은 구조 개편의 공간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청와대 복귀는 세종 이전을 향한 관리 가능한 징검다리가 돼야 한다.

이 과도기에서 지켜야 할 원칙은 분명하다.
첫째, 추가 이전 비용과 시설 투입은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공개와 소통은 이벤트가 아니라 상시 제도로 정착돼야 한다.
셋째, 대통령 권한 행사의 한계와 절차는 공간 변화와 무관하게 더욱 명확히 제도화돼야 한다.

상권 회복에 대한 기대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최고 권력의 위치를 지역 경제 효과로 정당화하는 것은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다. 국정 운영의 기준은 언제나 국민 전체의 신뢰와 민주적 안정성이어야 한다.

용산 이전은 선언만으로는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고,
계엄 논란은 공간과 권력 운용이 얼마나 쉽게 민주주의의 불안을 키울 수 있는지를 드러냈다.

청와대 복귀는 공간이 아니라 운영이 문제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세종 이전은 그 모든 시행착오를 넘어서는 구조적 해법이어야 한다.

공간은 다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기본·원칙·상식, 그리고 민주주의의 안전선은 바뀌어서는 안 된다.
이번 이전이 ‘되돌림’이 아니라 ‘진화’로 기록되려면, 답은 분명하다.
공간이 아니라 권력이 달라져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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