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P 데스크 칼럼] AI 전쟁의 다음 무대는 '전력과 땅'이다

  • 손정의·트럼프가 보여준 중국 견제의 새로운 공식

인공지능(AI) 경쟁의 무대가 바뀌고 있다. 반도체와 알고리즘을 둘러싼 1라운드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제 승부는 훨씬 물리적인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어디에서, 어떤 전기로 AI를 돌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29일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사 디지털브리지를 인수하기로 한 결정은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거래는 단순한 인수합병이 아니다. AI 패권 경쟁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전력·인프라를 둘러싼 전쟁으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AI는 더 이상 ‘코드’가 아니라 ‘전기’를 먹는다

초거대 AI는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AI·암호화폐가 사용하는 전력은 2030년까지 연간 700테라와트시(TWh)를 넘을 전망이다. 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을 웃도는 규모다. 

대형 언어모델 하나를 학습하는 데만 수십 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이 든다. GPT-4 학습에 약 50GWh가 쓰였다는 추정도 있다. 여기에 상시 추론과 서비스 운영까지 더해지면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AI 경쟁의 병목은 더 이상 GPU가 아니다. 핵심은 전력을 얼마나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를 수용할 부지와 송전망을 갖췄는가다. 

중국: 전력과 땅으로 밀어붙이는 ‘물량 전략’

이 국면에서 중국은 구조적으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연간 발전량은 약 8,900TWh로 미국의 두 배에 가깝다. 발전 설비 용량은 약 3.75테라와트(TW)에 이른다. 태양광은 해마다 100GW 이상, 풍력은 약 60GW씩 늘리고 있으며, 원전도 30기 넘게 건설 중이다.

중국은 여기에 초고압 송전망(UHV) 약 4만5,000km를 구축해 서부의 전력을 동부 산업지대로 보내고 있다. 이른바 ‘동수서산(東數西算)’ 전략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kWh당 3센트 수준까지 내려간다. 

AI 경쟁에서 중국의 진짜 무기는 반도체가 아니라, 값싼 전력과 넓은 땅을 국가가 통째로 동원할 수 있는 체제다.

미국의 방향 전환: AI는 이제 에너지 안보다

미국은 여전히 AI 모델과 반도체에서 앞서 있지만, 전력 인프라는 취약하다. 전체 발전 설비는 약 1.2TW 수준이고, 송전망의 70% 이상이 25년 넘은 노후 설비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가운데 2,000GW 이상이 인허가 단계에서 묶여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정책 초점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AI를 기술 정책이 아니라 에너지·안보 정책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천연가스 발전소를 데이터센터 인근에 직접 짓고, 소형모듈원전(SMR)을 차세대 전력원으로 육성하며, 연방 토지를 활용한 AI·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고 있다. 에너지부(DOE)가 인허가와 조정을 직접 맡는 체계도 구축됐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이 단일 데이터센터에 100~500MW의 전력을 요구하는 시대다. 전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AI 투자는 성립하지 않는다.

손정의와 트럼프가 만나는 지점

이 흐름 속에서 손정의와 도널드 트럼프의 이해관계는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손정의는 디지털브리지 인수를 통해 데이터센터, 통신 타워, 광섬유 등 AI가 흐르는 물리적 혈관을 통째로 손에 넣으려 한다.  이는 단순한 투자 확대가 아니다. AI 모델을 만드는 쪽이 아니라, AI가 돌아가는 기반을 통제하는 쪽으로 이동하겠다는 선언이다.

트럼프 진영 역시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편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일본 자본은 정치적 부담이 적고, 대규모 투자를 단기간에 집행할 수 있다. 손정의가 미국 입장에서 이상적인 파트너로 평가받는 이유다.

결국 이 조합은 중국을 배제한 ‘AI 인프라 동맹’을 형성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AI 패권의 본질은 “누가 전기와 땅을 쥐느냐”다

구도는 분명하다.
중국은 국가 총동원 체제로 전력과 토지를 장악했고,
미국은 에너지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으며,
일본은 자본과 인프라 소유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AI 패권은 더 이상 코드 경쟁이 아니다. 전기와 땅의 경쟁이다.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문제는 한국이다. 국토는 좁고 전력은 부족하며, 송전망은 갈등에 막혀 있다. 원전과 에너지 정책은 정치화돼 있고,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장기적으로 수용할 체계도 취약하다. 반도체 경쟁에서 통했던 성공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금 한국의 현실은 “GPU는 있지만 꽂을 콘센트가 없다”는 말로 요약된다.

손정의와 트럼프의 움직임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AI 패권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인프라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제 한국도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얼마나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 모델을 어디서, 어떤 전기로 돌릴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AI 시대의 주도국이 아니라, 하청 공급국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NotebookLM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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