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석유 들고 AI 탄 트럼프 '기술제국주의' 기름 붓다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2025년 11월과 12월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기술패권과 관련해 두 가지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먼저 AI 패권 관련 ‘제네시스 미션’을, 이어 ‘국가안보전략(NSS)'을 제시했다. 모두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에 기반해 경제적 번영과 군사적 우위로 ‘힘을 통한 평화’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와 인터뷰한 이후 “미국의 군사·경제·정치적 힘을 제약 없이 활용해 패권을 유지·강화할 수 있다는 신념을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이미 NSS에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 체포를 예고하고 있었다. 트럼프는 ‘서반구’(아메리카 대륙)를 우선시하는 내용을 NSS에서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동맹인 유럽, 아시아, 중동 등보다 아메리카 대륙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서반구에서 미국의 우월성을 회복하기 위해 먼로독트린을 재확인하고 시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19세기 외교정책의 부활로 도널드+먼로 합성어 '돈로 독트린'과 ‘기정학’(기술+정치) 등 신조어와 더불어 트럼프는 이를 열광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NSS에서 또 유럽이 “자체 방어에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스스로 주권국가의 그룹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유럽과의 이혼’ ‘NATO의 종말’ 등이라며 흥분하지만 트럼프는 “유럽 국가들은 집단 방어의 부담금을 짊어질 만큼 충분히 부유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실은 6억명 인구에 GDP가 10배나 많은 EU가 1억4000만명의 러시아 푸틴에 쩔쩔매고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는 유럽을 경제적으로 ‘적’, 안보적으로 ‘무능하기 짝이 없다’고 경멸한다.

국가안보대전환으로 트럼프는 ‘안방부터 단속하겠다’고 NSS에서 발표했다. 첫 조치로 미국의 ‘라이벌’ 친중·친러의 선봉에 서 있는 베네수엘라 독재자 마두로를 체포해 법정에 세웠다. 또 트럼프는 “콜롬비아는 매우 아프고, 쿠바는 무너질 수 있다”면서 “이란이 시위대를 죽이면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과거 냉전 시절 소련이 미국 근처에서 조장한 쿠바 위기를 재현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불법 마약 공급 등 여러 죄목을 내세워 마두로를 체포하면서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세계 최고 석유 매장국 베네수엘라를 직접 관할하겠다”면서 “많은 석유를 추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금은 미국이 관리하고 부분적으로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반환하겠다는 것이다. 외국 자원의 폭력적인 전유를 통해 국가 재정 문제를 극복하는 제국주의 방식이다.

특히 트럼프는 세계경제패권을 위해 ‘아름답다’는 관세정책을 폈지만 중국의 희토류 굴기에 타협하고 말았다. 중국은 또 최근 일본에 히토류 수출금지 조치를 취했다. 따라서 트럼프 2.0 시대에 미국이 중국과의 자원전쟁, 특히 히토류라는 무기에서 벗어나는 새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은 자원부국 베네수엘라를 점령했다. 이미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돈로 독트린을 선언한 셈인데, 자원부국 캐나다가 미국 51번째 주로, 나토 동맹국인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점령 계획을 발표했다. 기후온난화로 북극해가 열리면서 트럼프는 중국의 북극항로와 러시아 핵잠수함을 차단하기 위해 그린란드 접수 작전에 돌입해 “덴마크와 매입을 논의하겠다”고 외교정책 목표를 공식화했다. 이곳은 희토류 세계 매장량 가운데 30%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곳이다.

트럼프가 마두로를 체포한 또 다른 배경은 자국민 및 해외에 미군, 특히 대테러 특수작전부대가 얼마나 대단한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러시아의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4년간 수렁에 빠져 있지만 미국은 마두로를 작전 4시간 만에 체포하는 군사적 대성공을 보였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개입이 실패한 이후 많은 미국인들의 군대 인식이 더욱 부정적이 되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작전 성공은 미군이 여전히 세계 최고의 전투력임을 보여주었고, 다른 강대국에 경고 조치를 한 셈이다.

또 NSS는 인공지능 등 첨단·신흥 기술을 ‘국가권력의 핵심 축’으로 규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산업·안보 전략을 재편하겠다고 나섰다. NSS가 지목한 핵심 기술은 10가지로 먼저 인공지능(AI)이다. ‘세계표준을 주도하는 기술’로 군사·산업 전반의 핵심 인프라로 간주한다. 이어 양자 기술로 ‘양자 컴퓨팅에 내성이 있는 통신·암호체계’ 확보를 위해 투자를 강조한다. 다음으로 생명공학인 바이오기술이다. 미국 기술·표준이 세계를 이끌어야 할 분야이자 경제·군사 경쟁의 전략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반도체·고급 제조기술로 첨단 반도체, 고도화된 산업·제조기술을 ‘국가안보 자산이자 공급망 전략의 중심’으로 규정한다. 이어 자율·무인체계는 군사·이중용도 기술로 전장운용·로지스틱스 혁신 수단으로 간주한다. 나아가 사이버·디지털 기술로 공급망·인프라 감시, 지식재산 보호를 위한 핵심 역량으로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인프라 및 연계 기술이다. AI·자율체계 운용을 뒷받침하는 전력·에너지 시스템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통신·네트워크 인프라로서 5G 등 첨단통신 및 디지털 인프라를 전략 기술 어젠다에 포함시켰다.

미국은 최첨단 기술을 안보자산으로 수출통제 대상으로 간주하면서, 특히 대중국 견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또 산업·기술 주권으로 경제·산업기술우위를 ‘분리 불가능한 국가안보 축’으로 명시한다. 공급망 다변화, 리쇼어링, 동맹국과 기술·표준 연대를 통해 미국 중심 기술패권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NSS는 AI·양자·주요 광물까지 폭넓은 첨단·이중용도 기술군을 국가안보 전략의 전면에 올리고, 이를 기반으로 대중 견제·동맹 재편·산업 정책을 펴는 전략이다.

트럼프는 NSS 발표 한 달 전 ‘제네시스 미션’을 발표했다. AI을 활용해 경제안보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이 목표로 10년 내 과학적 연구 생산성과 영향력을 두 배로 높이는 전략이다. 실행 방안은 핵융합 에너지, 신약 개발, 신소재, 우주항공 등 국가 전략기술 분야를 정하고, 이와 관련된 미국 연방정부가 수십 년간 축적한 방대한 과학 데이터를 AI 학습용으로 개방하고, 에너지부(DOE) 산하 17개 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를 민간기업과 학계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이는 1960년대 달 정복 ‘아폴로 계획’이나 제2차 세계대전 때 핵무기 개발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견되며 AI을 통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평가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중국은 ‘모든 분야의 경쟁국’으로, 러시아는 ‘군사적 위협국’으로 분류한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종식시키고자 하는 의도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갈라치기도 있다. 미국 기술패권주의에 기반한 NSS 및 제네시스 미션의 파장은 글로벌 무장, 핵 확산을 불러올 수 있다. NSS에 ‘북핵’에 대한 언급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CES에서 독일 최고기업 지멘스 롤란드 부시 회장은 “AI가 산업 대전환을 이끄는 사례로 핵융합 발전소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독일인들 15%만 미국을, 8%가 러시아를, 78%가 프랑스를 ‘파트너로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징병제 및 원전 복귀뿐 아니라 일각에서 핵무장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시진핑이 “2027년 대만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또다시 강대국이 전쟁을 할 때 국지전 형태의 ‘3차 세계대전’ 용어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경제기술패권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마디로 ‘자강과 동맹 강화로 전략적 자율성 확보’다. 먼저 AI 등 신기술 강화뿐만 아니라 군사력 강화를 위해 핵잠수함에 이어 핵무기 개발도 모색할 때다. 이어 트럼프는 ‘강하고 유능한 동맹’을 강조했듯이 미국과의 신기술·군사력 동맹 강화다. 나아가 새로운 대한민국 경제기술·안보전략 제시다. ‘AI 3강’이 아니라 최강의 미국 양탄자에 올라타는 ‘1.5강’ 전략이다. 스마트폰에서 미국 애플 아이폰에 견주는 삼성전자 전략에서 시사점으로 얻을 수 있다. 승자독식 시대에 3등은 물론 2등도 없다. 나아가 한·일 간 EU식 경제공동체 실현으로 경제영토 확장을 통해 경제 덩치를 키우는 일이다. 북핵 문제도 미국 안보전략 변화로 다르게 접근하는 담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김택환 원장(미래전환정책연구원)
국가비전전략가로 문명을 공부하고 있다. 독일 본(Bonn)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중앙일보 기자, 대학 교수를 거쳤다. <미중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 미래> 등 20권 이상을 저술한 작가이자 국회·삼성전자 등에서 350회 이상 특강한 유명 강사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