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 '한국의 미' 체험한 외국인 관광객, 지갑 열었다

  • 2026 코리아그랜드세일 'K-스타일리시'

  • 코리아테크 '뷰티클래스'로 반응 폭발적

  • 퍼스널컬러·메이크업 체험, 구매로 이어져

  • 떡메치기 현장에선 '떡' 맛에 매료되기도

  • 잊지 못할 경험, 내수 활성화 연결고리로

19일 오전 서울 북촌 와이레스YLESS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스킨케어 방법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지난 19일 오전 서울 북촌 와이레스(YLESS)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스킨케어 방법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하루 중 여러분의 피부가 가장 건조해지는 순간이 언제인지 아세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로. 한옥의 처마 곡선이 고즈넉하게 내려다보이는 ‘와이레스(YLESS)’ 2층 클래스룸에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테이블 앞에 선 가히(KAHI) 소속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분홍색 미스트를 집어 들며 던진 질문에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외국인 여행자 14명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답을 고민했다.

“바로 세안 직후입니다. 그래서 미스트는 화장대가 아니라 욕실에 두고 써야 해요.”

“아, 맞아. 나도 그래!” 참가자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빛, 통역을 통해 전달되는 ‘K-뷰티의 문법’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스마트폰에 메모하는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2026 코리아그랜드세일’의 핵심 콘텐츠인 ‘K-스타일리시(K-Stylish)’ 체험 현장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었다. 한국의 미(美)를 배우는 교실이자 자연스럽게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거대한 ‘쇼룸’이었다.
 
19일 오전 서울 북촌 와이레스YLESS에서 외국인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스킨케어 방법해 설명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참여 외국인의 모습 사진기수정 기자
지난 19일 오전 서울 북촌 와이레스(YLESS)에서 외국인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스킨케어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참여 외국인. [사진=기수정 기자]

◆“다크서클 잘 가리는 꿀팁은···” 한국어로 질문 쏟아낸 열정

이날 행사는 ‘멀티밤’으로 유명한 뷰티 브랜드 가히(KAHI)를 운영하는 코리아테크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마련한 뷰티 클래스였다. 현장의 공기는 여느 제품 시연회와는 사뭇 달랐다. 제품을 나열하고 “좋으니 사세요”라고 외치는 호객 행위는 없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이유’와 ‘원리’, 그리고 참가자들의 뜨거운 열기였다.

“손의 열감이 피부 온도를 높일 수 있고, 손의 세균이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어요. 특히 각질이 많은 피부라면 스펀지로 두드려 밀착력을 높여야 합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모델로 나선 외국인 여행객 얼굴에 미스트를 뿌리고 로션과 세럼을 켜켜이 발랐다. 단순히 바르는 행위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키는 과정이 꽤 진지했다. 이어 미세전류가 흐르는 뷰티 디바이스로 림프를 자극해 리프팅 효과를 보여주고 스틱 파운데이션을 브러시로 펴 발라 본연의 피부 결을 살리는 ‘K-뷰티식 피부 표현’을 시연했다.

참가자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모로코에서 온 유학생 히바(Hiba)씨는 유창한 한국어로 “다크서클 가리는 꿀팁을 알려달라”는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 좌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티스트가 다크서클을 두껍게 덮는 대신 얇게 톤을 밝혀 커버하는 노하우를 공개했고 히바씨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해당 내용을 꼼꼼히 기록했다.

이들에게 K-뷰티는 자신의 피부 고민을 해결해 줄 솔루션이자 한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문화적 코드였다. 와이레스 관계자는 “외국인 여행객들은 한국 특유의 ‘속광’ 피부 표현과 건강한 스킨케어 루틴에 열광한다”며 “관광객의 관심은 대부분 강력한 구매 동기로 이어진다”고 귀띔했다.
 
19일 오전 서울 북촌 와이레스YLESS 지하 1층 공간에서 한 외국인 여행객이 퍼스널 컬러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지난 19일 오전 서울 북촌 와이레스(YLESS) 지하 1층 공간에서 한 외국인 여행객이 퍼스널 컬러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이건 사야 해!”… 체험의 감동, 장바구니를 채우다

스킨케어 클래스가 끝난 후 지하 1층 제품 전시공간으로 내려간 여행객들은 퍼스널 컬러 진단과 메이크업 체험 등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진짜 ‘경제 효과’는 바로 이곳에서 목격됐다. 시연을 마친 참가자들 발길은 자연스럽게 제품 진열대로 향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의 손길은 바쁘게 움직였다.

방금 무대에서 배운 스틱 파운데이션을 자신의 손등에 테스트하며 색상을 맞추는가 하면, “어메이징(Amazing)”을 연발하며 전문가가 활용했던 제품들을 장바구니에 쓸어 담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원하는 제품을 찾아낸 여행자들은 동행한 친구와 만족스러운 미소를 교환했고, 계산대 앞은 제품을 구매하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이탈리아에서 온 브리지다(Brigida)씨는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이다. 그는 이미 한복 체험, 쿠킹 클래스, 칵테일 체험 등 코리아그랜드세일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섭렵한 ‘K-관광 마니아’였다. “이탈리아에서도 K-뷰티가 유행이라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이번 메이크업 결과가 너무 만족스러워서 사용된 제품 몇 가지를 사려고 합니다.”

브리지다씨 말처럼 체험은 즉각적인 구매로 이어졌다. 와이레스 측은 “퍼스널컬러 진단이나 뷰티 클래스처럼 체류 시간이 긴 체험 프로그램일수록 구매 전환율이 월등히 높다”며 “코리아그랜드세일 기간 방문객 수는 더 늘었고 매출 곡선도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오전 서울 북촌 와이레스YLESS 입구에서 한 외국인 여행객이 떡메치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지난 19일 오전 서울 북촌 와이레스(YLESS) 입구에서 한 외국인 여행객이 떡메치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뷰티에서 푸드까지… 와이레스가 선사한 오감 만족

체험의 열기는 뷰티 클래스에서 끝나지 않았다. 와이레스 마당 한편에서는 떡메 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코리아그랜드세일 기간 중 북촌 내 제휴 매장에서 5만원 이상 구매한 내역을 인증하면 제공되는 ‘두쫀떡’ 증정 행사였다. 카다이프(얇은 국수면 같은 페이스트리)와 최고급 식재료인 캐비아를 얹어 낸 이 디저트는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떡만 따로 살 수 있나요?” 현장에서는 시식 후 구매를 문의하는 외국인들이 줄을 섰다. 메이크업으로 한국의 ‘미(美)’를 체험한 이들이 이번에는 한국의 ‘맛(味)’에 매료된 것이다. 와이레스는 그렇게 K-뷰티와 K-푸드가 어우러진 복합 체험의 장으로 변신해 있었다.
 
아모르 나폴리 안국 3층에 자리한 플레이 라운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통 문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재한국방문위원회
아모르 나폴리 안국 3층에 자리한 플레이 라운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통 문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재)한국방문위원회]

◆‘아모르나폴리’에선 K-컬처 체험… 북촌 잇는 소비 지도

체험을 마친 참가자들 발길은 자연스럽게 인근 ‘아모르나폴리 안국’ 3층에 마련된 ‘플레이라운지’로 이어졌다. 이곳은 단순한 쉼터가 아니었다. 북촌 곳곳을 누비며 소비를 마친 여행자들이 또 다른 재미를 찾아 모여드는 ‘관광 허브’였다.

플레이라운지는 축제 기간 북촌 일대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운영 방식은 영리했다. 북촌 상권 내 참여 기업 매장에서 구매한 영수증을 보여주면 단순히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험’을 선물한다. 영수증은 북촌 한옥마을 풍경을 담은 스크래치 보드가 되기도 하고,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모루인형’ 만들기 키트로 변신하기도 했다.

특히 이곳에서 제공되는 1만원 상당 전용 쿠폰은 소비를 유도하는 마중물이 됐다. 뷰티 체험 후 제품을 사고 라운지로 이동해 자개공예를 즐기며 쉬다가 받은 쿠폰으로 다시 아래층 아모르나폴리 매장에서 커피와 빵을 사 먹는 풍경. 점(Spot)으로 흩어져 있던 관광이 선(Line)으로 연결되며 지역 상권 전체에 온기를 불어넣는 순간이었다.

기간별로 운영되는 K-콘텐츠 특별 체험도 발길을 붙잡았다. 19일부터 22일까지는 ‘전통 자개소반 만들기’가 진행돼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2월 14일부터 17일에는 인공지능(AI) 이미지 분석을 통한 ‘맞춤형 향수 만들기’가 여행자들을 기다린다.

이스라엘에서 온 오르탈 그린(Ortal Green)씨는 이날 체험에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친구 소개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그는 “한국 사람들의 스타일리시한 모습과 친절한 문화에 늘 관심이 있었다”며 “메이크업이 서툴러 걱정했는데 내 피부 톤에 맞는 컬러와 실용적인 팁을 배울 수 있어 유익했다. 특히 피부 표현에 대한 철학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체험을 통해 한국의 ‘웰니스’에도 큰 관심이 생겼다”며 “앞으로 힐링 프로그램이나 한식 쿠킹 클래스에도 꼭 참여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나의 체험이 또 다른 소비 욕구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코리아그랜드세일 행사를 주관하는 (재)한국방문의해위원회 관계자는 “아모르나폴리라는 트렌디한 공간과 코리아그랜드세일의 혜택이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쇼핑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의 감성을 체득하는 북촌 관광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북촌 와이레스YLESS를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화장품 견본제품을 사용해보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지난 19일 오전 서울 북촌 와이레스(YLESS)를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화장품 견본제품을 사용해보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코그세 ‘한류+쇼핑’ 전략, 제대로 통했다

살갗을 파고드는 추위 속에서도 북촌 골목은 모처럼 따뜻했다. 외국인 관광객들 양손에는 쇼핑백이 들려 있었고, 그들의 휴대폰 사진첩에는 한국 문화를 몸소 체험하던 순간의 기록들이 가득 차 있었다. 

브리지다씨가 장바구니에 담은 것은 단순한 파운데이션이 아니라 ‘한국에서 가장 예뻤던 자신의 모습’에 대한 기억이었을 것이다. 또 오르탈씨가 배운 것은 화장법이 아니라 ‘K-스타일’이라는 자신감이었으리라.

“K-컬처와 쇼핑관광의 융합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고, 이를 내수 활성화로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품은 ‘2026 코리아그랜드세일’. 실제 올해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인 175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기간도 68일로 대폭 늘리며 ‘체험’과 ‘소비’의 연결고리를 강화했다. 과거의 쇼핑 관광이 ‘김’과 ‘화장품’을 대량으로 사 가는 ‘물량 공세’였다면 2026년에는 그 현장이 그야말로 ‘취향’과 ‘경험’을 파는 고부가가치 관광으로 진화해 있었다.

“보고 가세요”가 아니라 “해보고 가세요”라고 권하는 변화.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갑을 여는 이유는 비단 할인율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곳에 머물러야만 알 수 있는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관광의 미래, 그리고 우리 내수 시장이 나아가야 할 명쾌한 해답이 바로 코리아그랜드세일에 있었다. 
 
19일 오전 서울 북촌 와이레스YLESS를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지난 19일 오전 서울 북촌 와이레스(YLESS)를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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