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단국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베트남공산당은 1월 19일부터 23일까지 제14차 전국대표대회(약칭 공산당대회)를 열었다. 여기에 공산당원 약 560만 명을 대표하여 1586명이 참석했다. 공산당은 5년마다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해 두 가지 중요한 사안을 다룬다. 그것은 국가발전정책 및 공산당과 국가 고위 인사의 선임이다. 이번 공산당대회도 지난 5년간의 국가발전과정을 검토하고 향후 5년간의 발전정책을 제시했다. 더불어 향후 5년간 공산당 조직의 고위 직위 인사를 선임하고 국가기관의 고위 직위를 담당할 인사를 내정했다. 이번 국가기관의 고위 인사는 3월 15일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4월에 열릴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선임되거나 그 이전에 선임됐다가 새 국회에서 형식적으로 재선임될 수도 있다. 이에 공산당대회 과정과 결과를 분석하는 것은 베트남의 변화 방향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국가 발전 정책
공산당이 현재 지향하는 바는 이 공산당대회의 슬로건과 “정치보고”의 제목에 집약돼 있다. 이 대회의 슬로건은 “단결, 민주, 기강, 돌파, 발전”으로 제시됐고, “정치보고”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당의 영광스러운 깃발 아래, 협력하고 합심하여 2030년까지 국가 발전 목표를 달성하고, 민족 부흥의 시대에 전략적 자주, 자강, 자신감으로 강렬히 전진을 이뤄, 평화, 독립, 민주, 부강, 번영, 문명, 행복을 추구하고, 굳건히 사회주의로 나아간다.” 슬로건은 일부 수사(레토릭)도 있지만 지향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이번에 주목할 만한 것은 ‘민족 부흥의 신기원’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공산당대회 이전부터 민족 부흥의 신기원을 이루겠다는 구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돌파’와 ‘발전’의 목소리도 유난히 컸다.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베트남공산당은 1930년 창립되어 2030년에 100주년을 맞고, 베트남 국가는 1945년 독립하여 2045년에 100주년을 맞는다. 베트남은 이에 맞춰 각각 상위 중소득국, 고소득국으로 발돋움하는 민족 부흥의 신기원을 세우자는 목표를 세웠다. 베트남은 국내총생산(GDP)을 2030년에 9천억 달러, 2045년에 2조 5천억 달러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5년 베트남의 GDP는 약 5140억 달러 규모다. 베트남은 2030년 1인당 GDP 목표를 8500달러로 잡았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년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베트남의 발전정책은 실용주의에 근거해 있다. 또럼 총비서는 작년 연초부터 민간기업이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임을 강조해왔고, 당 정치국은 작년 5월에 민간경제가 경제발전의 동력이라는 의결을 발표했다. 그러다가 당 정치국은 올해 1월 공산당대회 직전에 국유경제부문이 국가 경제의 주도적 부문이라는 의결을 발표했다. 베트남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한 국유경제부문의 주도성을 공식적으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처럼 보인다. 두 가지 다른 지향점은 공식적 표방과 실질적 이행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즉 공식적으로 국유경제의 주도성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민간기업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또럼 총비서의 권력 강화, 국가주석과 총리의 퇴진
이번 공산당대회에서 주목할 점은 또럼 총비서, 르엉끄엉 국가주석, 팜민찐 총리의 연임 여부였다. 더불어 정치권력 경쟁에서 공안 출신 인사들의 우위가 이어질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르엉끄엉 국가주석과 팜민찐 총리는 이번에 당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퇴임하여 국가주석과 총리직도 사임하게 될 것이다. 또럼 총비서는 연임하면서 권력을 강화하게 됐다.
공산당 의사결정 방식은 전국대표대회(약 1600명)-중앙집행위원회(200명)-정치국(15~20명)-총비서로 연결된 ‘민주집중제’의 메커니즘에 따른다. 이번 공산당대회에 참가한 대표들은 정위원 180명 및 보결(후보)위원 20명, 총 200명으로 구성되는 중앙집행위원회 위원을 선출했다. 이 가운데 정위원이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투표권을 가진다. 위원 200명 중 연임 위원은 113명, 신임 위원은 87명이었다.
제14기 공산당 중앙집행위원회는 공산당대회 기간 중 열린 제1차 회의에서 정치국 위원 19명을 선출했다. 지난 제13기 말 정치국 위원 16명 중 제14기에 연임한 위원은 10명, 제14기 신임 위원은 9명이다. 당 비서국 위원은 13명으로, 정치국 위원 10명이 겸임하고 3명이 새로 선임됐다. 당 비서국은 공산당의 일상적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당 중앙집행위원회와 정치국 위원의 구성은 공산당 최고위 인사들의 권력 관계를 보여준다. 공산당 중앙집행위원회 위원 200명 중 현직 기준으로 군부 출신은 제13기 23명에서 제14기 26명으로 증가했다. 공안 출신은 같은 기간에 6명에서 7명으로 증가했다.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또 특기할 만한 사안은 지방을 대표하는 위원이 지난 제13기까지 70명 전후였는데 이번에 67명으로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는 작년 지방 행정조직 개편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당 정치국에는 또럼 총비서가 공안 출신이고, 지난 제13기 중간에 공안 출신으로 르엉땀꽝 공안부장관, 응우옌주이응옥 하노이시 당 위원회 비서가 정치국 위원에 새롭게 선임된 바 있다. 이로써 제13기 정치국 위원 중 공안 출신은 초기 18명 중 1명에서 말기에 16명 중 3명으로 늘었다. 군 출신은 같은 기간에 2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당 정치국 내 공안 출신이 2명 는 것에 대응해 군부 출신 인사도 1명 늘어, 군부가 공안에 대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춘 셈이 됐다. 최근 직위를 기준으로 이번 제14기 당 정치국 위원 19명 중 공안 출신은 3명, 군부 출신은 3명이다. 신임 레민찌 위원도 과거에 한동안 공안이었는데, 그를 포함하면 공안 대비 군부 비율은 4:3이 된다. 출신 지역별로는, 북부 9명, 중부 5명, 남부 5명이다. 그간 정치국 위원들이 북부에 편중되는 편이었으나, 이번에 지역별로 분산됐다.
공산당대회 직후 발표한 정치국 위원 서열에 따르면, 최고위 핵심 지도자라고 불리는 4 거두(톱 4)에 또럼 총비서, 쩐타인먼 국회의장, 쩐껌뚜 공산당 비서국 상임비서, 레민흥 당 중앙조직위원장이 올랐다. 이들은 출신 지역별로 북부 1명, 중부 2명, 남부 1명이다. 군부 출신 인사는 4 거두 내에 들지 못했다. 향후 한동안 또럼 총비서, 쩐타인먼 국회의장, 레민흥 총리, 쩐껌뚜 공산당 비서국 상임비서 진용을 유지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공산당대회에서 또 하나의 이슈는 공산당 총비서와 국가주석을 일체화하는 문제였다. 또럼 총비서가 이를 원한다고 알려졌다. 일체화는 국정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 명분이나, 그러면 시진핑처럼 권력 강화의 길로 갈 수 있다. 이 일체화가 성사된다면, 당 및 국가기관의 최고위 직위는 총비서 겸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 당 비서국 상임비서의 4 거두로 변경될 것이다. 국회가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을 선임하기에, 이 일체화는 4월에 열릴 국회에서 최종 논의될 것이지만 그 전에 될 수도 있다. 또럼이 총비서로 선임된 후 기자회견에서 르엉끄엉 국가주석과 팜민찐 총리가 임기를 채우기 전에 각 직위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고 했기에, 이 일체화 논의는 4월 이전에 이뤄질 것 같다.
총비서 자리를 두고 또럼과 경쟁했다고 알려진 판반장 국방부장관은 장관직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정치국 내 서열은 제13기 말 10위에서 제14기에 7위로 상승했지만, 제13기에 그보다 서열이 낮았던 3명이 제14기에 그를 앞선 상황이 됐다. 서열은 중간에 변동되기도 하니 현재 서열이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이번에 군부 세력이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제14기 동안 또럼 총비서는 전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행사할 것이다. 또럼이 작년에 주도한 중앙 정부 개편과 지방 행정구역 및 국가기관에 대한 단기간의 대대적 개편과정을 보면, 그가 정책을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갈 것이라 예견된다.
무성한 구호, 가득한 열망, 그리고 실현의 과제
이번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베트남 언론들은 지난 40년간 개혁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베트남은 1인당 GDP를 200달러 수준에서 2025년에 5026달러로 높였고 빈곤율을 1.3%로 낮췄다. 지난 5년간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과 국제적 무역분쟁에도 불구하고 연간 평균 GDP 성장률 6.3%를 달성했다. 베트남은 GDP 규모로 세계 32위, 동남아에서 4위 국가로 됐다. 이러한 성과들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베트남은 발전의 열망 속에서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 10% 이상의 GDP 성장률을 목표로 세웠다. 남북고속철도, 원전 건설, 하노이와 호찌민시 전철 등 거대 프로젝트 추진을 표명한 상태다. 누구든 발전의 열망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베트남이 개혁 이래 10% 성장을 달성해본 적이 없으며, 가장 높은 실적으로 1995년 9.5% 성장률을 냈을 뿐이다. 해외 기관들은 올해 베트남이 7%대 성장하리라고 예상한다. 국내외 경제환경이 전보다 더 나아진 것도 아니어서 장밋빛 전망만을 할 수는 없다. 베트남은 지식경제, 디지털 경제, 녹색경제, 순환경제를 아우르는 새로운 성장모델로 발전모델을 바꾸겠다고 하나, 이게 얼마나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는 최근 들어 사회 ‘관리’가 전보다 강화된 듯한데, 역설적이게도 창조적 발전을 추구하자는 구호도 난무한다.
베트남은 이번 공산당대회에서 그간의 발전모델을 바꿔 전략적 자주성을 강화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베트남이 그간 외국인직접투자(FDI)에 힘입어 경제성장을 지속해온 측면이 있다. FDI 기업이 베트남 국내 공업생산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FDI 기업이 베트남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근래 70%를 약간 넘는 정도였는데 2025년에는 77%로 급증했다. 베트남 전체 GDP에서 FDI의 비중은 20%를 약간 상회하지만, 그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베트남이 이 추세를 역전시켜 국내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이번에 전략적 자주성 증진을 강조했기에, 베트남이 향후 FDI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 기업을 육성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FDI 기업은 이런 방향에 맞춰 베트남 기업과 상생의 전략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필자 주요 약력
▷서강대 정치학박사 ▷서강대 동아연구소 및 대학원 동남아시아학 협동과정 교수 역임 ▷한국-베트남 현인그룹 위원 역임 ▷현 단국대 아시아중동학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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