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실적 쇼크 알리는 조기 경보…'30% 변동 공시' 행간을 읽어야 하는 이유

생성형AI로 만든 이미지
생성형AI로 만든 이미지.

본격적인 결산 시즌을 앞두고 상장사들의 실적 예보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3월 말 제출되는 '사업보고서'가 최종 성적표라면, 그전에 도착하는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동' 공시는 시장에 실적 변동의 방향성을 알리는 예고편과 같습니다. 최근 이 성적표를 받아 든 기업들의 공시 시점과 그 속의 수치를 통한 주가 흐름을 예상할 수 있는데요.

상장사는 직전 사업연도 대비 매출액이나 이익이 30%(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법인은 15%) 이상 변동했을 때 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합니다. 연간 결산을 마무리하고 외부 감사인에게 자료를 넘기기 전, 시장에 실적 변동을 미리 예고하는 취지입니다. 투자자에게는 '실적 쇼크'나 '어닝 서프라이즈'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가이드라인이 됩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장중과 23일 금요일 장 마감 이후 상장사들의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동' 공시가 집중됐습니다. 특히 23일 장 종료 후에는 이른바 '올빼미 공시' 형태로 실적 악화를 알린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분산되는 주말 직전, 악재가 주가에 반영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려는 의도로 풀이되는데요.

실제로 뉴엔AI는 프로젝트 검수 지연 등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적자로 전환했고 희림은 건설경기 악화 여파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7.2% 감소했습니다. 에르코스 또한 원재료비 상승 및 스팩 상장 관련 비용 발생으로 영업이익이 92.8% 폭락하는 성적표를 금요일 밤에 슬그머니 내놨습니다.

반면 26일 월요일 장중에는 호실적을 들고 당당히 정면 승부를 택한 기업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RFHIC는 방산 사업 수주 증가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1892.5% 급증했다고 공시했고 HJ중공업은 조선 부문의 이익 개선을 통해 영업이익이 824.8% 증가해 체질 개선을 증명했습니다. 반도체 전방 산업 수요 증가를 등에 업은 에스엔에스텍도 영업이익이 70.9% 늘어난 성적을 발표했습니다.

실적의 향방은 주가에 즉각적으로 반영됐습니다. 지난 23일 장중 실적 악화를 발표했던 피엠티가 당일 10.56% 급락한 반면 RFHIC는 영업이익 급증 소식에 26일 11.16% 상승 마감했고, HJ중공업도 호재에 6.74% 오르며 장을 마쳤습니다. 영업이익이 31.7% 감소한 S-OIL은 1.21% 하락세를 보였고 신규 사업 확대로 비용이 증가한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은 3.76% 내림세로 마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숫자만큼 중요한 것이 공시 하단의 '5.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변동 주요원인'을 뜯어보는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실적 변화가 업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 혹은 구조적인 체질 변화인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단서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공시를 낸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합니다. 피엠티의 경우 "제품 단위당 제조원가 상승 및 재고 손실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이는 회사의 생산 효율성이 떨어졌거나 쌓아둔 재고의 가치가 하락해 비용으로 처리됐음을 의미합니다. 매출은 소폭 늘었음에도 적자 폭이 커진 전형적인 비용 통제 실패 사례로, 투자자에게는 강력한 경고 시그널이 됩니다.

반대로 자이에스앤디는 "수익성 높은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 효과"를 언급했습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0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26.28% 폭증했습니다. 공시 원인을 보면 외형 확장보다는 돈이 되는 사업에 집중해 내실을 다졌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매출 감소는 일시적 체질 개선으로 해석돼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본격적인 어닝 시즌입니다. 내 종목의 공시 알람이 울린다면 당황하지 말고 공시 문구 끝까지 '왜 숫자가 바뀌었는지' 그 행간을 읽어내는 지혜를 발휘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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