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발전공기업 5개사 통합,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개혁 과제다

  •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 기고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 사진아주경제DB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 [사진=아주경제DB]
지난해 10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석탄화력발전을 담당하는 5개 발전공기업, 즉 한국남동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의 통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발언은 늦었지만 매우 상식적인 문제 제기였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 공기업 구조를 보면, 과거 단일 공기업이던 한국전력공사가 어느새 한수원과 5개 발전 자회사를 거느린 7개 공기업 체제로 쪼개져 있다. 그 결과 사장만 일곱 명이고, 그 아래 수십 명의 본부장과 처장이 존재한다. 이는 조직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밥그릇 수만 늘리는 구조적 비대화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 한전을 분할해 발전공기업을 만든 취지는 민영화 단계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조치였고, 강성 노조의 영향력을 분산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노동 환경은 과거와 다르다. 노사관계는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조정의 틀 안에서 작동하고 있으며, 에너지 산업 역시 더 이상 독점 구조가 아니다. 화력·복합·신재생 발전을 포함해 약 3500개의 민간 발전사업자가 이미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발전공기업 분할의 정책적 명분은 사실상 소멸했다고 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5개 발전공기업의 사업 구조가 거의 동일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해외로부터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우드펠릿 등 연료를 도입해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전력거래소를 통해 판매한다. 지역만 나뉘어 있을 뿐 경쟁은 제한적이며, 사실상 지역 과점 구조 속에서 안정적인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민간기업처럼 치열한 원가 절감이나 경영 혁신의 압박을 체감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력거래소 역시 한전, 한수원, 5개 발전공기업이 지분을 나눠 가진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민간 발전사업자를 제외하면 내부자들끼리 거래하는 형태에 가깝다. 이는 과거 수서발 SRT 운영사인 SR의 최대주주가 코레일이었던 구조와 유사하다. 형식적 분할일 뿐 실질적 경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구조적 비효율은 연료 도입과 물류 계약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국감 때 국회는 한국가스공사가 LNG를 FOB(본선인도가격) 조건이 아닌 DES(착선인도가격) 방식으로 도입함으로써 국적선 적취율을 낮추어 해상 물류비가 해외로 유출되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필자 역시 언론사와 가스공사의 도입계약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발전공기업들 역시 발전 연료 도입 시 바이어가 해상운송 등 물류를 수행하지 않고 판매자에게 맡기는 CFR(운임포함가격)이나 DDP(관세지급인도가격) 조건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구매자인 공기업이 해상운송을 수배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국적선 이용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FOB 조건은 구매자가 선사를 지정하고 운임을 부담함으로써 물류비를 관리하고 원가 절감을 도모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공기업들이 이를 외면하는 것은 해상운송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무사안일한 태도이거나, 비용 구조에 대한 감시와 혁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의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 시 '발전 자회사를 쪼개 사장만 다섯 명이 생겼다'고 지적한 것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정확히 짚은 발언이다. 명목상 민영화와 효율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불필요한 인건비와 관리비, 거래비용만 늘어난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며, 시장지향형 공기업이라는 외피 뒤에 책임과 윤리 의무는 오히려 약화된 모순적 구조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국민은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에 놀랐고, 전기요금 인상으로 그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다행히 최근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은 최소화하고, 산업·상업용 요금을 현실화한 정책은 방향성 면에서 타당하다. 기업은 여전히 이익을 내는 반면, 다수 가계는 적자 구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경제는 노동시장, 정년, 임금체계 전반에서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자회사 분할을 통한 인건비 절감과 아웃소싱, 하도급 구조에 기댄 경영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발전공기업 통합, 고속철도 기관의 통합, 철도 자회사 통합, 유사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경쟁을 명분으로 한 분할이 실질적 효율을 만들지 못했다면, 답은 분할이 아니라 통합이다. 발전공기업 5개사의 통합은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 비용 구조의 투명성, 공공성 회복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금이 바로 결단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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