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시장이 공급 절벽과 규제 확대로 복합적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유례없는 수요 억제책과 더불어 민간의 공급 동력마저 말라붙으며 시장 위축은 물론, 주거 불안정 심화 우려도 확대되는 상황이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주택정책 분야에서 30년 넘게 잔뼈가 굵은 '현장형 이론가'다. 서 원장은 지금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가 투기적 거래는 차단했지만 서민의 주거사다리를 없애는 역설적 결과를 낳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특히 민간 공급의 핵심인 시행사와 중견 건설사들이 자금 경색으로 고사 직전인 상황을 우려하며, 정부가 시장의 생리를 정확히 읽고 실질적인 공급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다주택자에게는 유예기간을 둬서 세제와 허가제에서 퇴로를 열어주고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금융 문턱을 낮추는 '현실적 유연함'이 시급하다는 것이 서 원장의 제언이다. 아울러 인구 감소 시대를 앞두고 변화하는 생애주기를 고려한 지속 가능한 주거 정책 수립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서 원장과 일문일답.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으로 수도권 전세매물 잠김이 심화하고 있다. 해법은.
하지만 공급부족 상황에서 허가제를 전면 해제할 경우, 단기적인 주택가격 폭등이 우려된다. 한강 벨트 등 핵심 지역은 규제를 유지하되, 나머지 지역에 한해 점진적으로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다주택자는 본인 거주 주택 외에 전·월세를 주고 있는데, 임대차 계약기간 중에는 실수요자의 입주가 불가능해 집을 팔 수가 없는 실정이다. 임대 중인 주택을 파는 경우 매수자 입주는 최소 임대기간 종료 시점까지 늦춰줘야 매물이 나올 수 있다.”
-전세 제도가 수명을 다했다는 시각이 있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새로운 주거 사다리는.
“전세는 월세에 비해 임차인의 주거비용을 낮추고 내 집 마련을 돕는 훌륭한 '주거 사다리'다. 현재 전세금 반환 보증이나 전세대출 보증제도가 잘 구비되어 있어 전세대출 관련해서 금융기관의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가 가속되면 서민의 가처분 소득이 줄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전세를 인위적으로 없애려 하기보다 전세대출 보증 등을 통해 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무주택 서민을 위해서는 저금리기에는 장기고정금리대출을 확대하고, 고금리기에는 전환형 변동금리 대출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주거 사다리를 확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기 신도시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주 수요를 위한 현실적 대안이 있다고 보는지.
“정부가 모든 1기 신도시 재정비로 인한 이주 수요를 100% 책임지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약속이다. 1기 신도시 주변에 신도시와 공공주택지구들이 있긴 하지만 이주시기와 입주물량을 매칭시키기 어렵고, 무리해서라도 입주시기를 맞춰 이주대책용으로 쓰면 3기 신도시에서 신규 분양할 물량이 남지 않는다. 지난 10여년 동안 강남이나 과천신도시의 저층단지 재건축이 대부분 마무리됐는데, 정부가 이주대책을 해준 적이 없다. 한꺼번에 수천 가구가 이주해도 시장은 시차를 두고 스스로 적응해왔다. 이주 기간 중 전월세가 일시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이주가 완료되면 다시 안정된다. 정부는 지구 내 공공임대 거주자나 저소득층을 위한 이주대책을 마련해주는 정도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이 적정하다고 본다."
-과거 상승장과 비교했을 때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 상승 국면의 가장 위험한 특징은 무엇인가.
“세 가지 측면에서 과거보다 위험 징후가 뚜렷하다. 첫째,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서울 핵심지로의 수요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다. 둘째, 공급 물량 자체가 너무 줄어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수도권 주택 착공물량이 연평균 28만호였는데, 지난 4년간은 16만호로 감소했고,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작년부터 내년까지 매년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고 있다. 셋째, 민간 건설사와 디벨로퍼들이 토지매입대금과 지방 미분양에 자금이 묶여 신규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위기 신호다.”
-민간의 주택 공급 동력이 떨어진 근본 원인과 시급한 해결책은 무엇인지.
“민간이 주택공급의 85%를 담당하는데, 현재 민간 공급의 주역인 중견 건설사와 디벨로퍼들이 고사 직전이다. 대형 건설사는 도급 공사만 할 뿐 직접 땅을 사서 주택사업을 시행하지 않기 때문에 중견업체 및 시행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우선 이런 민간 공급자에게 사업 여력을 만들어주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지방 미분양 문제를 해결해 민간의 숨통을 터주고,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기존 부채와 분리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가능하도록 구조 고안도 필요하다. 무주택자에 대해서는 분양아파트에 대한 중도금대출과 잔금대출을 정상화 시켜줘서 핵심지역을 둘러싼 경계 지역의 분양이 잘 되도록 해줘야 한다.”
-현재 실수요자에게도 강력한 대출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신규대출 시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비율은 50% 내외, 잔액 기준으로는 30% 내외로 매우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게 각각 85%와 65% 내외를 유지 중이다. 최근의 대출규제는 금융기관 건전성 강화를 위한 것이 아니고 집값을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런데 서민이 자기 자본만으로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투기를 막는다며 무주택 실수요자의 꿈마저 무너뜨리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해서도 중도금과 잔금 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서민의 정상적인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고 주택 공급망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돈이 모자라 분양을 포기하거나 분양을 받아놓고도 대출이 안 돼 계약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적으로 공감하기 어렵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분양 자금에 한해서는 대출 규제를 적정 수준까지 대폭 완화해야 한다.”
-향후 공급 위축으로 인한 임대차 시장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전반적인 공급 감소와 허가제로 인한 매물감소 및 계약갱신청구권 등으로 앞으로 전세가 매매 못지않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는 그나마 낫지만 특히 비(非)아파트(다세대·다가구)는 전세가율이 90%에 육박해 위험하기 때문에, 다들 월세로만 몰리고 있다. 비아파트 월세는 아파트보다 실질 주거비용이 훨씬 높다. 월세 역시 비아파트 공급 급감과 전세의 월세전환으로 공급부족이 심화되고 있어서 전세보다 더 빠르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2035년부터 본격적인 인구 감소가 시작된다. 이에 따른 주택 정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베이비부머 세대가 이제 막 70대에 진입하면서 '주거 하향이동'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노인들이 도심의 큰 집을 팔고 이주할 수 있는 노인 친화적 주거지가 필요하고, 또 이런 이동이 가능하도록 세제와 금융 혜택도 마련되어야 한다. 노인들이 생애주기에 따라 주거지를 옮길 수 있어야 젊은 세대가 도심으로 들어올 수 있는 '주거 연쇄 이동'이 일어난다. 평수를 줄여가는 고령층에게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세제 혜택을 유지하는 등 원활한 이동을 도울 수 있는 정책 지원도 필수적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어려운 여건에서 빈 땅 한 조각까지 찾아서 공급하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는 서울과 그 연접지역에만 판교신도시의 2배 물량인 6만호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2기 신도시를 주도했던 개인적 경험에 비춰봐도 더 찾을 땅이 없을 것으로 봤는데 이 같은 물량을 찾아낸 것은 크게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조금 아쉬운 것은 이들 물량도 착공은 27년, 입주는 30년으로 당장의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경기변동 주기상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내년부터 당장 분양과 입주가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도시 내 저층 단독주택 4~8가구를 모아서 블록형 아파트로 신축하는 것이 시급한데 이것이 대책에서 빠져있다. 아울러 현재 공공주택단지마저도 90여개 관계기관 협의에 10개월 이상 소요되는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제가 제안한 주택공급 특별대책지역 제도가 포함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앞으로 정부가 신속공급이 가능하도록 도시정비와 비아파트 공급 촉진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추가로 내놓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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