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흐름을 들여다보면 이 상승장이 얼마나 불안정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 분명해진다. 이번 주 코스피는 4,949선까지 밀렸다가 5,371선까지 치솟은 뒤 다시 5,000선 초반으로 내려왔다. 저점과 고점의 차이는 421포인트, 변동률로는 약 8.5%에 달한다.
불과 며칠 사이 급등과 급락이 반복됐다는 것은 시장이 기업 실적이나 펀더멘털보다 단기 심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수는 오르고 있지만, 상승장의 안정성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이 같은 변동성의 출발점은 수급 구조에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7조6천억 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채권시장에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한국 주식에 대한 위험 노출을 줄이고 있다는 신호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국내 투자자의 움직임에서 나타난다. 2025년 한 해 동안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는 1,403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525억 달러에 그쳤다.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이 국내로 들어온 자금의 거의 세 배에 이른다.
주식 부문만 놓고 보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거주자의 해외 주식 투자는 약 1,183억 달러에 달한 반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410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로 옮긴 주식 자금이 외국인의 국내 투자액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증시를 떠받치는 주체는 개인 투자자다. 그것도 상당 부분은 신용융자와 미수거래를 활용한 이른바 ‘빚투’ 자금이다. 최근 신용융자 잔고는 25조 원 안팎, 미수금은 1조 원 내외로 확대되며 고점권에 머물고 있다. 레버리지에 의존한 매수세가 상승장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한국 증시의 상승은 외국인이 아니라 개인 투자자, 그것도 빚을 내 투자한 자금이 떠받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이 같은 자본 흐름은 외환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2025년 한국은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외환보유액은 오히려 줄었다. 연간 기준으로 44억 달러 감소했고,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도 추가 감소가 이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2월 초 1,468원대까지 상승했다. 정부가 30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외환 개입과 외평채 발행이 반복되는 구조는 환율 방어가 일시적 대응이 아니라 상시적 비용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달러를 벌어도 국내에 쌓이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금융 환경 역시 주식시장에 우호적이지 않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233%까지 올랐고, 회사채(AA-) 금리는 3.755% 수준이다. 고환율과 고금리가 동시에 작용하며 기업들의 수익성과 투자 여력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실적 개선이 지연될 경우, 현재의 주가 수준을 지탱하기는 쉽지 않다.
지수만 보면 한국 증시는 여전히 강해 보인다. 그러나 자금 흐름과 외환 상황, 레버리지 구조를 함께 놓고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외국인은 주식을 줄이고, 국내 자금은 해외로 이동하며, 정부는 외환 방어에 나서고, 개인과 빚투 자금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이 구조는 본질적으로 취약하다.
이번 주 8.5%에 달한 변동폭은 단순한 기술적 조정이 아니다. 레버리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상승과 하락의 폭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것은, 충격에 대한 내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 반도체와 AI, 배터리, 방산 등 주력 산업의 기반도 견조하다. 그러나 성장의 결과가 국내에 축적되지 않고, 레버리지와 해외 유출로 소진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이 국내로 유입된 자금의 세 배에 이르고, 주가 상승이 빚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강한 시장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부양이 아니다. 자본 유입 기반을 회복하고, 외국인 신뢰를 되살리며, 환율 안정과 건전한 투자 구조를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
이번 주의 극심한 변동성은 일시적 조정이 아니다. 한국 증시가 구조적 시험대에 올라섰다는 경고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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