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원칙·상식]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4083억 담합 제재, 과징금으로 끝낼 일 아니다

국내 설탕 시장을 사실상 장악해온 3개 제당사가 4년여에 걸친 가격 담합으로 총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 담합 사건 가운데 세 번째로 큰 규모이며, 업체당 평균 과징금은 사상 최대 수준이다.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인하 시기와 폭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탕은 대표적인 생활 필수재다. 직접 소비뿐 아니라 식품·음료 전반의 원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담합은 단순한 기업 간 위법 행위를 넘어 국민 생활 물가에 구조적 부담을 가한 행위라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제 원당 가격 상승기에는 인상 시점을 앞당기고, 하락기에는 인하 폭을 줄이거나 시기를 늦추는 방식으로 이익을 극대화한 정황은 시장 기능을 왜곡한 전형적 사례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반복성이다. 제당 3사는 2007년에도 유사한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과징금과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다시 동일한 위법을 저질렀다면, 이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 수십 년간 유지된 과점 체제와 높은 진입장벽, 안정적인 수요 구조가 결합하면서 경쟁 압력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공정위는 부당이익을 충분히 초과하는 과징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재의 실효성은 금액의 크기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담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억지력과 시장 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과징금이 일회성 비용으로 인식된다면 같은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공정위 설탕 담합 3개사에 과징금 총 4천83억 원 부과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의 담합사건 심의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공정위는 씨제이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에 대해 행위 금지명령과 시정명령 그리고 과징금 총 4천83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설탕 담합' 3개사에 과징금 총 4천83억 원 부과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의 담합사건 심의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공정위는 씨제이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에 대해 행위 금지명령과 시정명령, 그리고 과징금 총 4천83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검찰 기소가 공정위 처분에 앞서 이뤄지는 등 이례적 과정을 거쳤다. 물가 안정과 공정질서 확립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정거래 집행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일관성과 전문성을 유지해야 한다. 제도의 신뢰는 신속성 못지않게 절차적 정당성에서 나온다.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과점 산업에 대한 상시 감시 체계를 강화해 가격 변동과 시장 점유 구조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둘째, 가격 재결정 명령 등 실질적 소비자 환원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셋째, 기업 내부의 준법 감시와 임직원 책임을 실효적으로 강화해 담합 유인을 구조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기업 활동의 자유는 공정한 경쟁 질서 위에서 보장된다. 경쟁을 훼손한 채 얻은 이익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설탕 3사에 대한 이번 제재가 단순한 기록적 과징금에 그치지 않고, 과점 시장의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것이 기본과 원칙, 상식을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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