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新풍속도] 초스피드 폐회는 옛말...정관변경·주주제안 등 진땀

  • 사모펀드·소액주주 목소리 커지고 요구사항 늘어

  • 상법개정 맞춰 삼성·현대·LG 정관 개정 착수

  • 일부 기업은 사모펀드·소액주주 압박 직면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국내 굴지 대기업인 A사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며 진땀을 뺐다. 과거에는 이사회가 상정한 안건을 대표이사가 낭독한 뒤 주주 표결에 부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의사봉을 두드리는 게 일반적인 주총 모습이었다. 주총 시간은 30분을 넘지 않았다.

1·2·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이는 모두 과거 이야기가 됐다. 0.5~1% 지분을 확보한 사모펀드나 소액주주연합이 기업 이사회와 경영진 판단에 반발하며 다양한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표결에 부치길 요구했다.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주 이익을 보호하지 않았다며 법원에 가처분·소송을 걸어 안건을 상정했다.

주총 안건이 급증하고 안건에 대한 기업·사모펀드·소액주주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주총 시간도 3시간 이상으로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기업이 불황을 견디고 인수합병·연구개발 등을 위해 비축한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을 배당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사회·경영진의 고민도 함께 커졌다. 

이사회·경영진이 당장 표결에서 이겨도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사모펀드와 소액주주연합은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며 지속해서 세력 결집에 나서고 추가적인 주주제안과 임시주총 개최를 요구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는 2027년부터는 대주주에 적대적인 인사가 이사회에 합류할 가능성이 큰 점도 기업 경영진의 셈법을 복잡하게 하는 요소다. 기업 생존과 성장을 위해 유상증자·인수합병 등 고도화된 경영상 판단을 내려도 주주 이익에 반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과도한 억측이 아닌 국내 상장사들이 앞으로 맞닥뜨릴 현실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이 이사회를 열고 주총 일정을 확정하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 가장 큰 화두는 올 하반기 순차적으로 시행되는 1·2차 상법 개정안 내용을 정관에 반영하는 것이다. 1차 상법 개정안은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문화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외이사는 독립이사로 전환된다. 2차 상법 개정안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인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실제로 삼성전자·기아·현대모비스·LG전자 등 주요 대기업은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 안건을 주총에 올렸다.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를 명문화하고 전자주주총회 도입과 사외이사→독립이사 명칭 변경의 건 등도 함께 다룬다. 

1년 유예 기간을 둔 다른 개정안과 달리 주주 대한 충실 의무는 지난해 법령 공포 즉시 시행됐다. 이에 맞춰 LG화학·한국앤컴퍼니·태광산업·코웨이 등 자사주 또는 타사 지분을 전략적으로 쥐고 있거나 대주주가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지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펀드·소액주주연합의 공세가 올해 주총에서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철웅 법무법인 태평양 거버넌스솔루션센터 변호사는 "주요 상장사들이 주주충실 의무 비명문화, 집중투표제 배제 등 상위 법령인 상법 개정으로 정관에서 상충되는 내용을 변경·삭제하는 모습이 이어질 것"이라며 "자산 규모 2조원 이하 상장사는 상법 개정안에 맞춰 독립이사 정원 변경도 주요 안건으로 상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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