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운동부 남학생들 사이에서 8학년(한국의 중2) 때 유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현지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성장기인 청소년 운동선수들은 신체 발달에 따라 기량이 달라지기 쉽다. 이를 겨냥해 운동 능력을 높이려고 학생들을 유급시키는 관행은 엘리트 스포츠에서 수십 년 동안 지속됐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학교 남학생들에서 이러한 현상이 급증했다는 지적이다.
WSJ 취재진은 최근 캘리포니아 남부 샌클래멘트에 있는 사립 중학교 투게더십을 찾았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어바인에서 차로 30분 떨어져 있다. 이곳의 학생인 카터 칸첼레리는 8학년을 두 번 다니고 있다. 이미 8학년을 마치면서 전과목 A를 받을 정도로 우수한 학업 성취도를 보였지만 교내 야구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유급을 결정한 것이다. 카터의 아버지인 사업가 마이클 칸첼레리는 아들의 운동부 활동을 위해 팀 회비, 경기 참가비, 장비 구입비 등으로 연간 수만 달러를 내고 있다.
유급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카터는 작년 8월 이후 키가 3인치(7.6㎝) 자랐다. 아버지 마이클은 가을학기 고교(미국은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고교 과정)에 진학하면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학교에서는 카터처럼 유급을 해 운동하는 학생이 60명이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유급은 중학교 남학생들, 그중에서도 8학년(중학교 2학년)에 집중돼 있다. 여학생은 성장이 비교적 이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8학년 때 유급하는 일이 남학생보다는 적다. 동부 뉴햄프셔에 있는 기숙형 중학교인 카디건마운틴스쿨의 교직원인 크리스토퍼 애덤스는 "(유급 사유로) 운동 목적이 지난 10년간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학비가 연간 8만 달러(약 1억1400만원)인데, 8학년의 유급이 가장 많다고 했다.
이들 학생이 유급하는 이유로는 대학 때부터 스타가 돼 'NIL(이름·이미지·초상권) 계약'을 따내기 위한 것도 있다. NIL은 쉽게 말해 대학생 스타 선수의 이름이나 사진 등을 기업 등이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고 그 수익을 학교와 학생 등이 분배받는 것이다. 스포츠가 유명한 미국 대학을 가면 선수들의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가 한 장에 50달러(약 7만 1000원)씩에 판매되는 것을 손쉽게 볼 수 있다. 대학 스포츠가 사실상 '준 프로'가 되는 셈이다.
또한 8학년이 제도상 유급의 마지노선이라는 것 역시 학생과 학부모의 유급을 부추긴다. 많은 공립학교 고교 리그에서는 고교 시절 선수로 뛸 수 있는 기간이 4년으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9~12학년을 다니는 고교 리그에서는 유급의 실익이 없고, 8학년을 한 해 더 다니는 것이다.
미국 내 대부분의 공립 중학교는 8학년 유급을 금지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이를 허용하기도 한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중고교 스포츠를 관할하는 '학교 간 체육협회'에서 학업 목적 외 8학년을 유급할 경우 1년간 자격을 박탈하는 규정까지 두고 있다. 하지만 남부 루이지애나에서는 관련 규정이 2023년 폐지됐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최대 교육청인 카피스트라노 통합교육구에서는 세금으로 운영하는 체육특기생 1년 유예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모든 중학교 선수가 유급을 하는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 뮤리에타 출신인 루크 훌리오(14) 학생은 190㎝가 넘는 키에 시속 84마일(135㎞)의 강속구를 던지는 기량을 고루 갖춰 야구와 농구 등에서 활약했다.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를 지망하는 훌리오는 자신의 나이에 맞는 실력을 추구하고 유급으로 '지름길'을 택하지는 않는 입장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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