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이 석 달 연속 감소할 전망이다.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 여파로 시중 유동성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물론 자산시장 전반의 자금 흐름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부동산 대출이 막힌 자금이 증시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재확산 여부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하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26일 기준 765조42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 말 765조8131억원 대비 약 3874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영업일 기준 하루가 남았고, 통상 월말에 가계대출 변동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2월 가계대출 감소 폭은 4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1조5125억원 늘며 반등하는 듯했던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2월 4563억원 줄며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후 올 1월엔 감소 폭이 1조8650억원으로 더 확대했다. 2월까지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들면 지난해 이래로 처음 석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6·27, 9·7 대책 등 정부가 유지해 온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들도 금융당국 방침에 맞춰 대출 문턱을 낮추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 감소가 구조적인 부채 축소(디레버리징) 흐름인지, 규제에 따른 공급 제약 효과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대출 금리 상승 역시 자금 수요를 위축시키는 배경이다.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1월 기준 4.29%로, 2024년 11월(4.30%)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차주들이 대출 실행을 미루는 분위기다.
부동산 관련 대출 감소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1월 1조4836억원 줄며 2024년 3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전월 대비 감소로 전환했다. 2월에도 전월 말 대비 약 500억원 감소가 예상된다. 반년째 감소세를 이어온 전세대출 역시 2월 감소 폭이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연초 성과급과 설 상여금 유입 영향으로 상환이 늘어난 신용대출도 2월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2월(26일까지) 기준 전월 말보다 2501억원 줄었다.
다만 자산시장 변동성은 변수로 꼽힌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6300선을 넘어서는 등 랠리를 이어가면서 신용대출을 활용한 투자 수요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증권가 일각에선 코스피 목표치를 8000까지 제시하는 등 낙관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불장에 뒤처질 수 있다는 포모(FOMO) 심리가 형성되고 있다”며 “현재는 금리 부담과 규제로 대출이 억제되고 있지만, 증시 과열이 이어질 경우 신용대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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