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발(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장기화하면 환율이 1500원 선을 재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1420~1430원대에서 거래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원화 강세를 뒷받침할 뚜렷한 재료가 많지 않았음에도 국내 증시 급등이 외환 수급을 개선하면서 약세 압력이 일부 완화됐다. 지난달 26일에는 장중 1419원대로 하락해 지난해 10월 30일(1419.1원)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주 들어 분위기가 급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2일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50원 안팎에서 거래되며 상승을 예고했다.
중동 긴장이 장기화하면 1500원대 재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은행은 ‘미국·이란 충돌 국면과 향후 전개 시나리오’ 보고서에서 수주간 전쟁이 이어지면 환율이 1470~1500원 범위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 또는 주변국 정유시설이 타격을 받을 때에는 1490~154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외환시장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 여파로 2일 주요 통화는 안전자산 선호 흐름을 보였다. 스위스프랑 대비 유로화 환율은 0.90391스위스프랑으로 0.6% 하락하며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스위스프랑은 달러 대비로도 0.3% 상승했다. 대표적 안전통화인 엔화 역시 장 초반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으나 이후 달러 매수세가 유입되며 엔·달러 환율은 156엔대로 상승했다.
당국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8일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은행은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중동 사태 관련 상황점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148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대로 달러 수요가 늘고 고유가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가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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