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안도하기엔 이르다. 중동 13개국에 아직 2만여 명의 한국인이 남아 있다. 영공 폐쇄와 항공편 취소로 귀국길이 막힌 여행객도 적지 않다. 전쟁은 예고 없이 번지고, 외교적 수사는 총성과 미사일을 멈추지 못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란의 핵심 시설과 정치적 상징까지 겨냥하고 있고, 이란 역시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사태가 단기에 봉합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이럴 때 국가의 우선순위는 분명하다. 외교적 이해관계도, 국제정치의 해석도 아니다. 국민 먼저, 인명 먼저, 안전 먼저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말은 원론이 아니라 명령이다. 전쟁 상황에서 재외국민 보호는 선택이 아닌 존재 이유다.
정부는 세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첫째, 선제적 대피 원칙이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 ‘희망자 중심’이 아니라 ‘위험지역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교민 사회의 자율 판단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위험 단계가 상향되면 과감히 철수를 권고하고, 필요하다면 정부가 이동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정보의 실시간 공유다. 현지 체류 국민과 공관이 직접 연결되는 핫라인을 강화하고, 항공편·육로 이동·비자 문제 등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구체적 시간표와 행동 지침이 필요하다.
셋째, 범정부 총력 대응 체제다. 외교부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니다. 국방·국토·보건 당국까지 포함한 통합 대응 매뉴얼을 가동하면서, 필요하다면 군 수송기 투입 등 모든 옵션을 열어둬야 한다. 위기 대응은 속도와 결단의 문제다.
우리는 과거 레바논, 리비아, 아프가니스탄에서 교민 철수를 경험했다. 그때마다 확인한 사실이 있다. 국가가 움직이면 길은 열린다는 것이다. 반대로 판단이 늦으면 위험은 기하급수로 커진다.
국가는 국민이 해외에 나가 있는 순간에도 책임을 멈추지 않는다. 여권은 단순한 신분증이 아니라 보호의 약속이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한 사람이라도 더 안전지대로 이동시키는 것. 귀국을 원하는 국민을 끝까지 데려오는 것.
외교의 성패는 협상 테이블에서 갈릴지 모른다. 그러나 정부의 신뢰는 위기 현장에서 결정된다. 지금은 오직 하나다. 국민을, 끝까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