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4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중앙노동위 공동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이 강화되면서 ‘사용자성’을 둘러싼 노동시장의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 근로자 가운데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가 10% 초반에 그치고 있는 만큼 실제 변화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동시에 나온다.
◆원청 사업자 교섭 대상 확대…사용자성 첫 판단 전까지 혼란 지속될 듯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을 규정한 노조법 2조와 노조 활동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및 배상 책임을 다룬 3조를 개정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으면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 하청 노동자들이 본인 근로조건에 대해 결정권을 가진 원청 사업자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경영계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 시행 이후 하청 노조가 원청에 대해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최소 두 개 이상 노조와 교섭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틀 안에서 교섭단위 분리 제도를 활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청 노조가 이미 사업자와 단체협약을 맺고 있는 만큼 원·하청 노조를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에 포함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청 사업자로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교섭 대상이 늘어나면서 노무 비용 증가 등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용자성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개정법 시행 초기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를 운영해 원·하청 관계에서 사용자성 여부 등 실제 교섭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쟁점에 대한 판단 기준과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노동위원회는 근로시간과 작업 방식 등 구조적 통제 여부를 중심으로 사용자성을 판단할 예정이다. 다만 노동위의 첫 판단 사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현장에는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낮은 노조 조직률에 ‘실제 영향 제한적’ 전망도…공공부문 변수
반면 노란봉투법이 노사 관계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내 노동조합 조직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노동조합 조직률은 13%에 그친다.
주요 노총별로 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조합원이 약 120만명으로 가장 많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약 107만명으로 뒤를 잇는다. 다만 민주노총 조합원 가운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하청 교섭에 직접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은 약 13% 수준에 그친다.
조합원 분포 역시 특정 부문에 집중돼 있다. 공공부문 조직률은 72%로 민간부문(10%)에 비해 7배 이상 높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근로자 30명 미만 소규모 사업체의 노조 조직률이 0.1%(1만6000여 명)에 불과하며 30~99명 사업장도 1.3% 수준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도 지난달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같은 통계를 언급하며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수천 개 노조와 교섭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기우”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다만 공공부문에서는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공공기관 하청 노조가 직접 교섭을 요구하면 정부 역시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노·정 관계 설정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공공부문 교섭 요구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노동계와 충분히 소통·협의하는 등 모범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관계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해 공공부문 근로조건과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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