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채권단 "선감축 후통합" 압박...한화·DL·롯데에 3월 말 데드라인

  • 한화·DL·롯데 공동 자회사 설립 합의...에틸렌 305만t 생산

  • 기업은 선통합 후감축 원하지만 정부·채권단은 반대로

  • 업체 간 이견에 근로자 반발 첩첩산중...데드라인 연장 필요성

롯데케미칼 여수NC 공장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여수NC 공장 [사진=롯데케미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원자재 고갈로 석유화학 업체들이 유례없는 위기에 처했지만 국내 에틸렌 생산량 감축에 대한 정부·채권단의 의지는 확고하다. 산업통상부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석화 업체들이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지원을 받고자 한다면 3월 말까지 나프타분해설비(NCC) 자율감축안을 도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합병·감축안을 마련한 대산산단, 과거 자율감축으로 재무적 여력이 있는 울산산단과 달리 기업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진척이 더딘 여수산단이 주요 타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채권단이 요구한 NCC 자율감축안을 도출하기 위해 한화솔루션·DL케미칼·롯데케미칼과 GS칼텍스·LG화학 등이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들 업체는 공동 출자한 자회사를 설립해 NCC를 공동 운영한다는 큰 틀에선 합의했지만 NCC 감축량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채권단이 예의 주시하는 곳은 한화솔루션·DL케미칼·롯데케미칼이다. 세 회사 간 합의가 성사되면 에틸렌 생산량을 가장 크게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공동 출자한 자회사 여천NCC 1·2공장과 롯데케미칼 여수NC 공장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약 305만t에 달한다. 국내 전체 에틸렌 생산량의 25%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지난해 말 채권단 고위 관계자가 여천NCC를 직접 방문해 세 회사 경영진과 감축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세 회사는 우선 공동 자회사를 연내 설립하고 이후 글로벌 시장 상황 변화에 맞춰 감축안을 최종 도출하는 '선통합 후감축'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반면 정부·채권단은 금융·세제 지원을 앞세워 3월 말까지 감축안을 우선 도출하고 이후 공동 자회사를 설립하는 '선감축 후통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세 회사가 공동 자회사에서 기초유분을 공급받아 최종 소비자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석화 다운스트림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쉽사리 감축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데 있다. 여천NCC의 경우 1공장은 DL케미칼 향, 2공장은 한화솔루션 향 기초유분을 주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등에선 2공장을 멈추고 롯데케미칼 여수NC 공장에서 생산하는 기초유분을 세 회사가 공동으로 공급받길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기존에 안정적으로 기초유분을 공급받던 회사가 이러한 구상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불거진 채무불이행 위기 사태로 여천NCC의 양대 주주인 한화그룹과 DL그룹 간 감정의 골이 깊은 것도 대승적 합의를 어렵게 하는 한 요소다.

설령 세 회사가 NCC 추가 감축안을 도출하더라도 근로자·노조 반발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석화 업계에 따르면 NCC 생산량을 30만t 감축할 때마다 100여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조 파업 면책 범위가 확대된 상황에서 세 회사가 일방적으로 NCC 감축안을 도출하면 노조 총파업이라는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다만 누적된 적자로 한화솔루션·DL케미칼·롯데케미칼·여천NCC의 재무 상황이 악화한 만큼 신규 자금지원과 영구채 전환을 앞세운 정부·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이란 전쟁과 업체 간 이견 등의 변수로 회사 간 자율감축안 합의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설정한 마감기한(데드라인)을 연장하는 등 유연한 정책 운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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