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말보다 결정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그 결정은 대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확대하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이익을 내려놓는 순간에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최근 정치권에서 조용히 지나간 한 장면이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장 후보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선택한 일이다.
겉으로 보면 하나의 정치 뉴스로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의 문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장면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정치는 본능적으로 '나가는 게 정치'다. 정치인은 더 높은 자리로 나가려 하고 경쟁에 뛰어들며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넓히려 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이 스스로 한 발 물러서는 선택은 흔치 않다. 그래서 이번 결정은 단순한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로 읽힌다.
특히 이번 장면은 국민의힘 내부에 상당한 울림을 남겼다. 최근 당내 분위기는 말 그대로 침묵에 가까웠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 많은 의원들이 분명한 메시지를 내지 못한 채 상황을 관망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당의 방향을 둘러싼 고민은 있었지만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오세훈의 선택은 일종의 신호였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던진 정치적 메시지였다. 정치에서는 가끔 한 사람의 결단이 전체 흐름을 바꾸는 순간이 있다. 이번 장면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실제로 이후 당 내부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동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던 의원들이 당의 노선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고, 당 전체의 방향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결과적으로 의원총회에서 당 노선을 바로잡겠다는 결의가 나오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오세훈의 결정이 던진 정치적 충격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일종의 '충격 요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 조직은 때로 외부 충격이 있어야 움직인다. 내부에서 쌓여 있던 고민과 불만이 행동으로 바뀌는 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세훈의 선택은 바로 그런 역할을 했다. 침묵하던 정치권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물론 이 한 번의 결단이 곧바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치 여론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바닥을 향해 내려가던 당의 흐름에 최소한의 안정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정치에서 하락세를 멈추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될 수 있다.
이 장면은 오세훈 정치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그동안 그는 정책 능력이 뛰어난 행정가라는 평가를 많이 받아왔다. 도시 정책과 행정 운영에서는 안정적인 성과를 보여주었고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상상력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시에 말과 행동이 절제되어 있는 정치 스타일로도 알려져 있다.
이번 선택은 그런 행정가형 정치인의 이미지에 하나의 장면을 더했다.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 행동으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정치인은 결국 한 번의 결정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때로 그 결정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는 선택일 수도 있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언제 나가고 언제 멈출지, 그리고 어떤 선택이 전체 판에 도움이 되는지 읽는 능력이 지도자의 역량을 가른다. 이번 장면은 그런 정치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서울 정치에서 오세훈은 이미 여러 번 평가를 받아온 정치인이다. 그러나 이번 선택은 그의 정치 이력 속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장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말로 설명한 정치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준 정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장면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침묵하던 정치에 울림을 준 결단, 그것이 이번 오세훈 정치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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