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덮친 '역마진 쇼크'...1970년대 이후 첫 가격 역전

  • 나프타값 2개월 새 40% 급등…에틸렌 가격 추월

  • '에틸렌 스프레드 붕괴'에 가동률도 50%대 하락

  • 구조개편 앞두고 감산 위기 고조...K석화 존립 위기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며 국내 석화 업계가 '역마진 쇼크'에 휩싸였다.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제품인 에틸렌 가격을 뛰어넘으며 생산할수록 손해가 쌓이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가격 역전 현상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처음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란 사태 이후 나프타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 중이다. 국내 나프타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인 일본의 수입가(C&F 기준)에 따르면 지난 1월 t당 557달러 수준이던 나프타 가격은 이달 9일 기준 785달러까지 치솟았다. 불과 두 달여 만에 가격이 약 41% 폭등한 것이다.

반면 에틸렌 가격은 지난해 9월 t당 800달러 수준에서 올해 3월 663.75달러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석화 제품 수요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석화 기업의 수익성은 원료인 나프타와 제품인 에틸렌의 가격 격차에 크게 좌우된다. 에틸렌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각종 플라스틱, 섬유, 비닐 등의 기초 원료가 되는 필수 재료다.

석화 기업들은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정제해 에틸렌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업계에서는 에틸렌 스프레드가 최소 250달러 이상이 돼야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란 전쟁발 공급 불안으로 원료 가격이 제품 가격을 넘어서는 역마진 구조가 형성됐다. 이로 인해 국내 석화 기업들의 부담은 극에 달하고 있다. 나프타 가격 급등에도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으로 에틸렌 등 석화 제품 가격을 쉽게 인상하기 어려워서다.

이 같은 흐름은 석화 기업들의 생산 가동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LG화학·대한유화·GS칼텍스 등 주요 나프타분해시설(NCC)도 가동률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체는 평균 가동률이 5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확인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80~90% 수준을 유지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기업들은 당장 NCC 가동을 멈추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에틸렌 생산 과정에서 부타디엔과 프로필렌 등 다양한 화학제품이 함께 생산되기 때문이다. 일부 제품 생산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최소 수준의 가동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NCC 구조조정 정책까지 맞물리며 석화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일단 중동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부는 당장 석유화학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하는 간담회 등은 계획돼 있지 않지만, 업계와 수시로 소통하며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석유화학 기업들과 매일 연락을 주고받으며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중동 정세와 원료 가격 변동 등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대응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정유사와 함께 있는 석유화학 기업들은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여천NCC처럼 석유화학 중심 구조를 가진 기업들은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며 "나프타 수급과 관련한 대응 방안도 조만간 준비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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