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출구 없는 전쟁은 실패로 귀결된다

  • — 이란 전쟁, 제2의 베트남이 되지 않으려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 이란을 상대로 군사 공격을 시작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전쟁의 목적과 종결 구상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더욱이 이 전쟁이 미국 역사상 개전 초기부터 가장 낮은 지지를 받은 군사 개입 가운데 하나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명분도, 전략도, 출구도 흐릿한 전쟁은 역사적으로 대부분 실패로 귀결됐다. 지금의 이란 전쟁이 그 길로 향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미국의 이란 공격은 시작부터 국민적 동의를 확보하지 못한 전쟁이다.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는 찬성 27%, 폭스뉴스 조사에서도 50%에 그쳤다. 전쟁의 명분과 종결 구상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론이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과거 전쟁과 비교하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대일 선전포고는 97%,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92%, 이라크 전쟁도 개전 직후 76%의 찬성을 얻었다. 전쟁 초기에 나타나는 이른바 ‘국기 결집 효과(rally around the flag effect)’조차 이번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전쟁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의 메시지는 시작부터 엇갈렸다. 전쟁은 처음에는 “4~5주 작전”으로 설명됐다가 곧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단계로 확대됐다. 또 다른 발언에서는 이미 “전쟁은 거의 끝났다”고 말한다. 국방장관은 “2주에서 8주”를 언급했고, 백악관은 “전쟁 종료 시점은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쟁의 목표가 군사력 약화인지, 정권 교체인지, 항복 강요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전략의 일관성이 없는 전쟁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혼란과 군사적 장기화를 부른다. 

전장의 상황 역시 단순한 공습 작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에서 약 1,300명이 사망했고,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미군 7명이 사망하고 140명이 부상했다. 이란은 직접적인 군사력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군 레이더와 방공망, 중동 기지 등을 겨냥한 비대칭 대응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역사는 이런 전쟁의 전개를 이미 한 차례 보여준 적이 있다. 베트남전이다. 

베트남전 역시 처음에는 제한적 군사 개입으로 시작됐지만 전쟁 목표가 점점 확대되면서 수십만 병력이 투입되는 장기전으로 변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사자가 늘었고 여론은 급격히 돌아섰다. 1960년대 후반이 되자 미국 국민 다수는 베트남전을 “실수였다”고 평가하게 됐다. 

지금의 이란 전쟁에서도 비슷한 징후가 나타난다. 전쟁은 이미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레바논에서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67만 명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요동치고 있으며 미국은 유가 상승을 완화하기 위해 러시아 원유 제재 완화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군사 작전 하나가 세계 에너지 시장과 금융시장, 국제 질서까지 연쇄적으로 흔들고 있는 것이다. 전쟁의 총탄은 전장뿐 아니라 세계 경제와 시장에도 그대로 떨어지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국제 질서에 대한 신뢰다.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국제 규범과 동맹 체제를 기반으로 세계 질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명확한 전략 없이 군사력을 동원하는 개입이 반복되면 국제사회는 미국의 판단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된다.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의 도덕적 권위가 크게 약화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의 이란 전쟁은 그런 신뢰를 다시 시험하는 고비다. 

전쟁이 무책임한 힘의 과시나 자극적인 정치 선전으로 비칠 경우 미국은 단기적인 군사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전략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세계 최대 강대국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한 도박이다.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쉽다. 끝내는 것은 어렵다.

이라크 전쟁 초기, 워싱턴포스트 기자 릭 앳킨슨이 당시 미 육군 소장이던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에게 던진 질문이 있다.
“이 전쟁은 어떻게 끝나는가(Tell me how this ends).”  지금 이 질문은 다시 미국을 향하고 있다. 

전쟁의 명확한 목표와 현실적인 출구 전략, 그리고 국제사회와 미국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적 설명이 없다면 이 전쟁은 결국 목표 없이 확대되는 소모전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길의 끝이 무엇인지 세계는 이미 경험했다.

 

이스라엘 공습이 가해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서 2026년 3월 10일 밤부터 11일 새벽 사이 폭발로 거대한 화염구가 치솟고 있다 AFP연합
이스라엘 공습이 가해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서 2026년 3월 10일 밤부터 11일 새벽 사이 폭발로 거대한 화염구가 치솟고 있다.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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