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대신 지배구조 개편을 먼저 검토한 뒤 CEO 선임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윤병운 현 NH투자증권 사장은 추후 임시 주주총회에서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최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의 인사 주도권 갈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NH투자증권은 오는 3월26일 정기 주총에서 논의할 예정이던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단독대표, 공동대표 또는 각자대표 등 다양한 경영 체제 전환 방안을 검토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지배구조 개편을 먼저 논의한 뒤 차기 CEO 선임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날 예정됐던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일정도 보류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 차기 CEO 선임은 오는 26일 정기 주총 이후로 밀리게 됐다. NH투자증권 측은 이사회에서 지배구조 체제 방향이 결정되면 임추위가 재가동되고 이후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유력한 지배구조는 각자대표 혹은 공동대표와 같은 2인 대표 체제다. 각자대표는 대표이사가 각각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단독으로 의사결정이 가능한 반면 공동대표는 단독으로 의사결정할 수 없다. 지배구조 개편이 결정될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한 정관 변경이 필요하다.
CEO 선임 절차가 잠정 중단되면서 현 대표이사인 윤병운 사장은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게 됐다. 이는 상법 규정에 따른 조치다. 상법 제386조 1항은 법률 또는 정관에서 정한 이사 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 임기가 끝났거나 사임한 이사라도 후임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권리와 의무를 유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대표이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지배구조 논의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 대표 선임을 둘러싸고 농협중앙회와 회사 내부 사이의 미묘한 긴장 관계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당초 윤병운 사장의 후임을 두고 농협중앙회가 영향력을 행사해 친 중앙회 인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9일 강호동 회장을 포함한 농협중앙회 핵심 인사들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하는 등 막판까지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앙회가 계열사 인사에 적극 개입하는 모습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NH투자증권은 2년 전 윤병운 사장 선임 당시에도 증권업 경력이 없는 친 중앙회 인사가 숏리스트에 오르며 지배구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NH투자증권의 최대주주는 58.15%의 지분을 보유한 NH농협금융지주다. NH농협금융지주는 다시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해 지배하는 구조로 최종적인 지배 구조의 정점은 농협중앙회에 있다. 이런 지배구조를 통해 손자회사 인사에 관여하는 것이 합당하냐는 지적이다.
NH투자증권은 "사업부문 간 균형 있는 성장과 리스크 관리 체계 점검 차원에서 지배구조 체제 전환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이번 검토는 대주주와 논의 과정에서 이사회에 제안된 사항으로, 급격한 자본시장 환경 변화와 사업규모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 필요성이 제기되어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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