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공사비 뇌관 下] 갈등 키운 '자재 가격 깜깜이'…원자재 모니터링 체계 필요

  • 국토부, 건설 원자재 관리 시스템 구축 의견 수렴

  • 선물시장 도입 논의도…"국내 시장 규모·규격 표준화가 과제"

공사장사진연합뉴스
공사장.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설 공사비 급등이 장기화된 가운데 중동발 유가 상승 우려까지 겹치면서 건설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건설자재 가격 흐름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없어 공사비 변동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건설 분야에 특화된 원자재 관리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건설 공사비 갈등이 반복되는 주요 배경으로 자재 가격 변동성이 지목되면서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공사비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자재비를 꼽는다. 2022년 기준 건설업 총 제조비용은 약 432조9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재료비는 134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31.2%를 차지한다. 인건비보다 자재비 비중이 더 높아 원자재 가격 변동이 공사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문제는 건설자재 가격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관리 체계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관련 정보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어 유가 상승이나 글로벌 공급망 충격 등 외부 변수가 발생했을 때 건설 공사비에 미치는 영향을 즉각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 분야에 특화된 원자재 관리 시스템이 없는 상태라 여러 채널을 통해 가격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표준화된 관리 체계가 구축되면 자재 수급 상황을 보다 안정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정보 비대칭 문제도 공사비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자재 공급업체가 일정 수준의 재고를 보유한 뒤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하면 이를 가격에 반영해 판매하는 구조가 많아 시공사 등 수요 측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격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유되면서 공급자와 수요자 간 정보 격차가 발생하기 쉽다는 평가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전략연구실장은 “건설 산업은 자재 생산부터 시공까지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연결돼 있다”며 “특정 단계만 이익을 보는 구조가 지속될 경우 결국 산업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건설자재 선물시장’ 도입 필요성도 거론된다. 앞으로 사용할 자재 가격을 미리 정해 두면 이후 가격이 변해도 공사비 부담을 줄이고 사업비를 보다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주요 건설자재 선물시장이 이미 운영되고 있다. 중국은 철근과 유리, 미국은 목재, 인도는 철강 등을 중심으로 선물 거래가 활발하다.

다만 국내 건설자재 시장은 철근과 시멘트 등 소수 공급업체 중심 구조인 반면 수요자는 분산돼 있어 선물시장을 운영하기 위한 거래 규모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공공 발주 물량을 활용한 제한적 시범 운영 방안도 제시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동향 브리핑에서 ‘건설자재 통합 선구매 플랫폼’을 구축해 사실상 장외 선물시장 형태의 거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공공 건설자재 물량을 미리 발주해 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부담을 분산하고 시장 불확실성을 줄이자는 취지다.

김 실장은 “공사 규모도 다양하고 시공사는 장기 공급 계약을 선호해 선물 형태 옵션을 도입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지금처럼 변동폭이 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원자재 가격 흐름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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