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뚫린 환율…환전 러시·물가 상승 '복합 리스크'

  • 환전 수요 확대에 자본유출 압력↑…환율 상승 악순환

  • 반도체 사이클 의존 속 원화 방어…"1500원 뉴노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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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위협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복합적인 부담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환율 상승을 넘어 자본 유출과 물가 상승, 경기 둔화가 맞물리는 ‘삼중 압박’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환율은 1420~1480원 범위에서 등락하다가 중동 전쟁 리스크가 확대되며 상단이 뚫렸고, 1500원선까지 빠르게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1400원대 초중반이 위기 구간이었다면 1400원 후반부터는 원화의 구조적 약세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구간으로 보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이른바 ‘환전 러시’ 가능성이다. 과거에는 환율 상승 시 고점 매도 물량이 유입되며 상승폭이 일정 부분 제한됐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선이 위협받는 현 상황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까지 달러 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환율 상승을 더욱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환당국의 대응 역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매도할 경우 외환보유액 감소 우려가 부각되며 시장에 원화 펀더멘털 약화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원화 약세 베팅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환율이 1500원대에서 고착될 경우 원화가 선진국 통화가 아닌 변동성이 큰 신흥국 통화로 인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율이 1500원을 넘본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시장 신뢰 약화를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재 1500원 초반이 상단으로 형성돼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되고 국제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투기적 수요까지 유입되며 환율 상단이 추가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 전반에 광범위한 상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가치 하락은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제조업을 비롯한 전 산업의 생산비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까지 맞물리며 물가 충격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연구원의 ‘미국·이란 전쟁의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제조업 생산비는 평균 약 0.7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제품 산업의 생산비 증가율은 6.30%로 가장 높아 주요 제조업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경상수지에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과거에는 환율 상승이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지만 현재는 중간재 수입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출 증가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수입 감소에 따른 흑자가 유지되는 ‘불황형 흑자’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환율이 1400원 후반~1500원 초반에서 버티는 것은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벌어들인 달러 덕분”이라며 “반도체 업황이 꺾이고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1500원 초반대가 새로운 뉴노멀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1300원대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전쟁 이전부터 저성장 기조와 구조적 문제가 누적돼 있었기 때문이다. 4월로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가 일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고 노동시장과 기술 수준, 기업 투자 환경 등 전반적인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이라며 “인구 감소와 산업 경쟁력 저하 등 구조적 요인을 고려하면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가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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