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이 용산 대통령실을 언급하며 12·3 비상계엄을 비판하는 뉴스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 전 원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이 전 원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준석 방송보도부장은 비상계엄 당일 상황을 설명하며 이 전 원장의 강압적인 지시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비상계엄 당일 밤 회사의 연락을 받고 출근한 박준석 부장은 포고령이 선포된 이후 상황에 대해 "방송을 끊지 말고 계속 이어가라는 원장의 지시가 있었다"며 "특별한 콘텐츠가 없는 상황에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담화문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KTV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담화문을 19회 송출하고, 앵커를 통해 담화 내용과 포고령을 수십 차례 반복해 방송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보도국 간부들이 국회 상황이나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 등을 포함한 각 정당 입장을 담은 스크롤 뉴스를 내보내자고 건의했으나, 이 원장은 이를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장은 "다른 방송을 아무도 안 볼 것 같아 자막이라도 넣자고 했지만, 원장은 취재 내용이 없다며 내보내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박 부장은 새벽 1시경 국회에서 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이 전 원장이 결정을 미루며 방송 중단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결국 박 부장은 이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 대표, 한 대표 등 주요 정치인의 발언이 담긴 자막 10여건을 직접 삭제했다.
그는 "원래 기조와 다르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기관장의 지시를 거부하기 힘든 공무원 조직의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박 부장은 이 전 원장이 "용산이 가만있겠느냐", "이러다 귀양 가겠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보도국 직원들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특검 측은 박 부장에게 이 전 원장의 평소 성향에 관해서도 신문했다. 박 부장은 "평소 원장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며 "정부 산하 기관으로서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의식한 원장의 질책이 두려웠다"고 답변했다. 특히 용산 관련 뉴스는 보도국 내부에서 평소 보도 자체를 극도로 조심했다는 진술도 내놨다.
반면 이 전 원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전 원장의 변호인은 "KTV는 정부 기관으로 국가가 운영하고, 정부의 정책을 홍보해야 할 의무가 있어 일반 언론사와 동일하지 않다"며 "일반 민주 사회 언론의 기능과 권능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비판하거나 반대 의견을 내지 않는 홍보 방송"이라며 "범죄 성립이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 전 원장은 2024년 12월 3일 KTV 원장이라는 직무 권한을 남용해 보도국 담당자들에게 비상계엄을 비판하는 뉴스를 삭제하게 하는 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다음 달 9일 오전 10시 이 전 원장의 공판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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