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의 법정 1열] 김소영이 쏘아 올린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 논란...어떻게 손봐야 하나

  • 김소영 신상공개 놓고 검경 판단 달라...그 사이 신상 온라인에 공개

  • 피의자 신상공개 제한 없는 해외...국내 제도 손질 여론 빗발쳐

  • 공공의 이익과 피의자 인권 사이 균형 맞추는 법 제도 개선 필요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제미나이를 통해 만든 이미지입니다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제미나이를 통해 만든 이미지입니다.]
서울 강북구 일대에서 다수의 남성들을 모텔로 유인해 살인을 저지른 일명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소영이 내달 9일 법정에 선다. 

김소영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지난달 9일까지 20대 남성 3명에게 접근했다. 그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든 음료를 남성에게 건네 의식을 잃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벤조디아제핀은 중추신경계의 GABA(감마 아미노뷰티르산)수용체에 작용하여 뇌의 활성을 억제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주로 불안장애, 불면증, 공황장애의 치료에 사용되는데 술과 같이 복용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김소영은 당초 경찰 조사에서 "처방받은 정신과 약을 숙취해소제에 타서 건넸을 뿐 피해자들이 숨질 줄은 몰랐다"고 주장하며 살인 고의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수사결과 김소영이 생성형 인공지능(AI)프로그램인 챗GPT에서 수면제와 술을 같이 복용하면 죽는지 여부를 질문한 것이 드러나면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가 추가됐다.

이후 경찰은 김소영을 대상으로 사이코패스 진단 평가(PCL-R)를 실시했고, 해당 테스트에서 김소영은 25점을 받아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았다. 사이코패스 진단 평가는 40점 만점으로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고 서울북부지검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난 9일 피의자 김소영의 얼굴, 성명, 나이 등 신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피의자 신상 공개제도'가 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피의자의 신상 공개 결정을 두고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경찰은 '범행 수단의 잔혹성' 등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보고 신상 정보 비공개를 결정했지만, 검찰은 이를 뒤집고 공개했다. 경찰과 검찰이 판단을 달리하는 사이 김소영의 신상은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다.

이에 시민단체와 범죄 피해 유가족들을 중심으로 피의자의 인격권과 국민의 알권리·공공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야 하는 공적 규제가 일관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제도를 손봐야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꾸준히 문제로 지적된 피의자 신상공개제도..."판단 기준 일관성 부족·기관마다 다르게 판단"
현재 우리나라는 2010년 도입된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라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범행 수단의 잔혹성 △충분한 증거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공공의 이익 △피해자(유족)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공개 대상 범죄에는 내란·외환, 살인, 중상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조직·마약 범죄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피의자 신상공개제도는 시행 이후 꾸준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 2024년 발생한 두 건의 살인 사건에서도 일관된 판단 기준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70대 이웃을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최성우의 신상은 전격 공개된 반면, 은평구 아파트 단지에서 일본도로 이웃 주민을 살해한 피의자는 유족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비공개 처리됐다. 두 사건 모두 흉악 범죄로 분류됐음에도 '수단의 잔혹성'이나 '공공의 이익'에 대한 심의위의 해석이 엇갈려 기준이 뭐냐는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법률사무소)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범죄의 중대성과 잔혹성·공공의 이익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다"며 "심의위에서 심의를 하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여론의 관심도에 따라 신상정보 공개 여부가 결정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심의위는 검찰과 경찰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관할별로 따로 구성되기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하나의 중앙 기관에서 심사하지 않기 때문에 통일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강북 모텔 연쇄살인 피의자 김소영 사진연합뉴스
'강북 모텔 연쇄살인' 피의자 김소영 [사진=연합뉴스]
미국, 영국 등 피의자 신상 공개제도 참고 해야...엄격한 법률적 제한 없어
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신상 공개를 하지 않고, 피의자 신상 공개에 엄격한 법률적 제한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를 제한하는 명문상 법률이 없어 주마다 다르게 판단한다. 주 단위 경찰의 경우에는 내부 지침도 존재한다. 미국 워싱턴 경찰국은 기소 전 체포된 성인 피의자의 경우 이름·나이·성별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캘리포니아주 소속 로스앤젤레스 경찰국도 관련자의 안전이나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체포된 자의 이름·주소 등을 공개할 수 있다. 연방 차원에서는 피고인의 이름·나이·거주지 등 배경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다만 공개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관계만을 대상으로 한다. 즉 주관적 의견이 담기지 않은 객관적 정보를 담아야 한다. 

영국도 미국과 다르지 않지만 지침상 범죄 예방이나 공공의 이익과 관계될 경우를 제외하고 피의자의 이름을 공개하거나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반면 기소 단계될 경우에는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 또 실명보도가 원칙적으로 허용돼 강력범들의 얼굴과 실명이 언론에 노출 된다. 

독일도 피의자에 대한 공개적 신원노출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지만 중대한 범죄로 정당한 공개의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 신원 명시보도가 허용된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이웃 나라 일본도 피의자 신상정보공개 관련 법령을 찾기 어렵고 실명보도 또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지난해 9월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에서 일본인 여자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 박용준의 신상 공개를 두고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본 언론에서는 박용준의 모자이크 처리없는 맨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반면, 한국 언론에서는 모자이크가 처리된 채 공개됐기 때문이다. 
 
인권과 국민의 알권리의 균형점을 찾아야..."구체적 기준 마련 시급"
피의자 신상공개제도를 놓고 사회적 혼란이 계속되자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이웅혁 교수는 한국이 피의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피의자 인권을 과잉 보호해주는 나라가 없다"며 "국민이 범죄 사건을 공적 사건으로 판단해 알고자 하는 것을 막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복잡한 기준을 만드는 것은 국제 규범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23년 보고서에서 '해외 국가가 한국에 비해 피의자 신상정보공개에 허용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서술하면서도 '우리가 외국의 입법례나 실무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는 우리 법제가 피의자의 인권을 타국에 비해 강하게 보호하고 있다면 외국에 비해 우리가 선진적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결국 한국에서의 피의자 신상 공개제도는 피의자의 인권 보호와 국민의 알권리 측면에서의 균형점을 찾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국민의 알권리 실현·범죄 예방 등의 공공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선 피의자 신상 공개에 대한 판단 기준, 심의위원회의 설치 근거 및 구성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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