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완성차 업체들이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알루미늄 비축을 서두르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이미 공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루미늄 바레인과 카탈룸 등 중동의 주요 알루미늄 제련업체들은 전력 공급 차질과 해상 운송 병목으로 생산을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원자재 수입과 제품 수출이 동시에 타격을 받으며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와 알루미늄 생산업체 관계자들은 FT에 전쟁이 4주째로 접어들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비상 재고 확보에 나섰다고 전했다. 한 알루미늄 생산업체 임원은 "상황이 계속되면 사재기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과거에도 위기를 겪었지만 이번은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공급 불안이 확산되면서 러시아산 알루미늄 재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업체들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종 제재로 인해 러시아산을 기피해왔지만,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선택지가 제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일본 무역업체는 "원하지 않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걸프 지역은 전 세계 정련 알루미늄 생산의 약 10%를 차지하는 핵심 공급처로, 유럽은 수입량의 14%, 일본은 25%를 이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에 천연가스 가격 급등까지 겹치면서 다른 지역 생산업체들 역시 감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일본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임원은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했다"며 "중동 공급 차질이 지속될 경우 4개월 내 공장 감산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동 물량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공급망이 매우 취약해 상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된다. 한 금속 무역업체는 전쟁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이르면 6~7월부터 생산을 줄여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격도 빠르게 요동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최대 12% 상승했다가 일부 되돌림을 보였지만, 미국·유럽·일본의 지역 프리미엄은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일본에서는 가격이 30~40% 급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동차 휠과 부품에 쓰이는 합금, 알루미늄 블록 등 일부 제품은 공급 부족이 심화된 상태다. 자동차 업체들은 엄격한 품질 기준 때문에 대체 공급처 확보에 최대 18개월이 걸릴 수 있어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의 공급망 전문가 댄 허쉬는 "기업들은 공급망 차질을 감당할 수 없거나, 한 달 뒤 알루미늄 가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가 지난해 관세와 각종 공급망 혼란 위에 겹쳐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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