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트럼프가 생중계하는 이란과의 전쟁…그 끝이 안보이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첫 대국민 연설이 이란 국영 텔레비전에서 방송되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첫 대국민 연설이 이란 국영 텔레비전에서 방송되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 본인계정을 통해 이란과의 전쟁 상황을 마치 생중계하듯이 쏟아내고 있다.   

지난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이란의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모든 공격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틀 전인 21일 트럼프는 이란이 48시간 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대형 발전소를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 경고의 유효기간인 48시간을 12시간 정도 남긴 시점에서 트럼프는 "지난 이틀 동안 미국과 이란이 중동에서의 적대 행위를 완전히 종식시키기 위한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을 전한다"며 5일간 유예를 선언했다. 24일에는 미국 측에서 J D 밴스 부통령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란과의 회담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란 측이 에너지 관련 중대한 양보를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트럼프가 21일 이란의 생명줄인 에너지 인프라까지 공격한다는 초강수를 예고한 순간 사실은 미국과 이란은 이미 협상을 모색하거나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란은 아직 공식적으로는 미국과의 대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회담 관련 진실 파악이 어려운 상태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 메시지는 단순한 외부와의 소통을 넘어 계산된 행위로 볼 수 있다. 전술적 관점에서 보면 이란 발전소에 대한 공격 유보 메시지는 '거래의 달인' 트럼프가 협상 판을 키워가는 전형적 기술이다. 트럼프는 늘 '최대 압박→시간 제한→양보의 출구'를 한 세트로 쓴다. 48시간 카운트다운은 위협의 긴장도를 극대화하고, 5일 유예는 상대에게 ‘살길’을 열어주면서도 압박을 유지시킨다. 전쟁이 협상의 연장선이라면 이런 급격한 수위 조절은 상대의 계산을 흔들고 중간 타협안을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다른 시각도 있다. 미국이 이란과 핵 협상을 진행하면서 지난달 28일 이스라엘과 함께 테헤란에 정밀 타격을 감행하며 최고 지도자 하메이니와 수뇌부 다수를 제거한 것처럼 5일간 유예 결정은 협상 때문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 점거를 위한 시간 벌기 전략이라는 것이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해병대원 수천 명을 태우고 전속력으로 이동 중인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함'과 미 육군이 자랑하는 82공수단 신속대응군이 트럼프가 정한 새로운 데드라인인 27일 이전에 호르무즈 해협 근처로 배치되어 키슘(Qeshm)이나 카르그(Kharg) 등 이란의 주요 원유수출 터미널과 미사일 기지가 있는 섬을 장악할 준비를 마칠 수 있다. 트럼프로서는 이란 본토에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면서도 해안가 섬들을 점령함으로써 이란의 목줄을 죄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어쨌든  전 세계는 지금 전시 대통령이 된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전쟁은 중동 패권을 위한 군사적 충돌 못지않게 에너지 시장과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경제 전쟁’의 성격이 강하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봉쇄하자 유가가 뛰고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졌다. 국제 유가 상승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점화하면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란으로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단순한 해상 통로를 넘어 국제 경제 전체를 인질로 잡을 수 있는 전략적 카드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내 군사 시설 파괴뿐 아니라 발전소 타격으로 이어져 전쟁의 수위를 한층 높인다면 이번 전쟁은 단숨에 심각한 국제 공급망 위기로 비화한다. 트럼프의 이란 발전소 타격 최후통첩에 국제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리다가 닷새 유예 발표에  급등했던 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트럼프가 12시간 더 지켜볼 시간도 있었는데 뉴욕 시장 개장 직전 서둘러 유예를 발표한 이유도 그의 발언에 롤러코스터를 타는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경우처럼  이란과의 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한 말을 수시로 바꾸고 있다. 문제는 그의 흔들리는 언어가 동맹국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의 목표가 무엇인지(정권교체, 핵능력 제거, 해협 통제 회복 등), 어디까지가 레드라인인지, 어떤 조건에서 협상으로 전환할지, 전쟁이 끝난 뒤 누가 무엇을 책임질지—이 기본 문장들이 있어야 각국은 군사·외교·경제적 대응을 함께 조율할 수 있다. 트럼프의 SNS 전쟁 중계는 단기적으로는 지지율과 장악력을 키울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동맹의 신뢰를 깎고 적의 계산을 헝클어 오판을 증폭시킨다. 전시 리더십의 언어는 빠를수록 강한 것이 아니라 무거울수록 안전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를 과거 전시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대비가 뚜렷하다. 링컨은 남북전쟁 시 전보와 성명을 통해 전황을 관리했지만 공개 메시지는 제한적이고 절제돼 있었다. 루스벨트의 ‘노변담화’는 전쟁 수행의 방향과 국민의 인내를 설득하는 장치였지 결코 순간의 전황을 실시간으로 흔드는 도구가 아니었다. 케네디는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정보와 발언의 수위를 철저히 통제하며 오판 가능성을 줄였다. 9·11 테러 이후 부시는 대국민 메시지의 상징성은 강했지만 작전의 세부를 ‘개인의 채널’로 거래하진 않았다.

지난 수십 년 미국의 전쟁을 보면 개전 초기 몇 주 만에 압도적 군사력과 정밀타격으로 승리를 연출하지만 결국 장기간 전쟁의 수렁에 빠지곤 한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가 그랬다. 아프간은 알카에다 소탕과 탈레반 축출에서 출발해 ‘민주주의 국가 건설’이라는 거대한 과제로 표류했고 결국 20년 뒤 탈레반이 재장악했다. 이라크는 개전 3주 만에 바그다드를 점령했지만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현지의 권력·종파·사회 구조를 무시한 안정화는 혼란을 키웠다. 전술적 승리가 전략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이번 이란 전쟁 역시 첫 타격에서 지도부 제거와 핵심 인프라 파괴 같은 전술적 성과가 부각됐지만 체제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전선은 확대되고 있다. 이란의 신정체제는 특정 개인의 생존 여부에만 기대지 않는 다층적 구조를 갖고 있어 참수작전이 곧 체제 전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지도부가 교체될수록 ‘순교’와 ‘저항’의 서사는 강화되고 외부 공격은 내부 결속을 도울 수도 있다. 전술의 성공이 전략의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 전쟁을 한 단계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첫째, 전쟁이 ‘군사 대 군사’에서 ‘경제 인질화’로 전환된다. 이란이 해협을 틀어쥐는 동안 국제 유가와 해상보험료는 급등하고 원유·가스 수입국의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 둘째, 타격의 표적이 에너지 시설로 이동하면 피해는 군사기지가 아니라 민간 경제와 국민 생활로 전이된다. 이스라엘이 가스전을 공격하고 이란이 LNG 수출기지 등으로 맞받는 식의 보복이 반복되면 전쟁은 더 ‘끝내기 어려운 형태’가 된다. 상대의 군사력만이 아니라 상대의 경제 생명줄을 겨누기 시작하면 양측 모두 쉽게 멈추기 어렵다. 

리언 파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도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현재 트럼프가 처한 상황은 매우 어렵지만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다른 누구도 아닌 트럼프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고 직격했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 미국은 토마호크, 스텔스, 여기에 AI 기반 표적 분석과 의사결정 체계까지 결합되며 타격의 규모와 정밀도가 극대화됐다. 그러나 첨단 무기와 AI는 전쟁을 더 빨리 시작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전쟁을 자동으로 끝내주지는 않는다. 끝을 만드는 것은 결국 인간의 전략, 그리고 절제다.

이란 전쟁이 이라크나 아프카니스탄 전쟁과  같은 길을 걷지 않으려면 전쟁의 끝을 먼저 확정해야 한다. 무엇을 달성하면 멈출 것인지, 어떤 조건을 협상으로 인정할 것인지, 호르무즈 해협과 에너지 충격을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전후 질서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 질 것인지—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미국은 다시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 이란 전쟁의 목표와 전략에 대한 트럼프의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리가 현시점에서 기대하는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는 ‘전쟁 목표의 축소’다. 미국이 초기 목표였던 핵·미사일 능력 저하에 일정한 성과를 선언하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을 최소 성과로 확보한 뒤 단계적 긴장 완화를 시도하는 길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가 성립하려면 이란도 '체면을 잃지 않고' 물러날 출구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보복과 봉쇄를 통해 지렛대를 높이는 국면에서는 이란이 먼저 양보할 유인이 적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불완전한 종전’이다. 명시적 휴전 없이 충돌 강도가 낮아지고, 해협 통행이 선택적으로 재개되며, 각국이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감수한 채 '불안전한 정상'에 적응하는 형태다. 이 경우 세계 경제는 장기간 고유가·고물가의 그늘을 견뎌야 하고 에너지 안보와 해상교통로 보호는 상시 과제가 된다. 전쟁이 끝나지 않아도 시장과 국가가 '그 상태에 익숙해지는' 것이 가장 위험한 결말일 수 있다.

지금의 세계 경제 충격은 단지 유가가 오르기 때문만이 아니다. 전쟁이 '끝나는 방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말이 매일 바뀌는 전쟁은 동맹을 불안하게 만들고, 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으며, 결국 전쟁 수행 능력 자체를 갉아먹는다. 출구전략은 전장에서 상대를 더 때리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목표를 먼저 고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전쟁의 승패는 종종 화력보다 '종결의 설계'에서 갈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수사가 아니라 작은 문장일지라도 일관되고 확고한 메시지다. 

이수완 필자 주요 이력 

▷코리아타임스 기자 ▷로이터통신 선임특파원 ▷로이터통신 편집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아주경제 글로벌본부장 ▷아주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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