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언제부터 ‘부자 나라’가 되었을까.
체감은 분명하다. 대기업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어서는 시대다. 반도체, IT, 자동차 등 핵심 산업에서는 억대 연봉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일부 고위직의 이야기였던 숫자가 이제는 주요 기업의 평균값으로 자리 잡았다. 표면만 보면 한국은 이미 선진국을 넘어 고소득 국가로 진입한 듯하다.
그러나 이 인식에는 중요한 착각이 숨어 있다.
기업의 연봉과 국가의 부는 동일하지 않다.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5000달러 안팎에서 정체돼 있다. 선진국의 기준선으로 여겨지는 4만 달러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지만, 국가 전체의 소득 구조는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이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일까.
해외 사례를 보면 답은 더 분명해진다.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소득 양극화를 겪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는 연봉 수억 원을 받지만, 동시에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도 대규모로 존재한다. 미국의 평균 소득은 높지만 중위소득 기준으로 보면 체감 격차는 훨씬 크다. 다시 말해 ‘부자 국가’이면서도 동시에 ‘격차가 큰 국가’다.
일본은 또 다른 사례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장기 정체를 겪으며 임금 상승이 멈췄다. 현재 일본의 평균 임금은 주요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국가 전체의 안정성과 분배 구조는 비교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상위만 급등하는 구조’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 대신 성장의 역동성도 제한적이다.
독일은 대기업뿐 아니라 ‘미텔슈탄트(Mittelstand)’라 불리는 중견·중소기업이 경제의 허리를 형성한다. 이들은 높은 기술력과 생산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임금을 유지한다.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의 생산성과 소득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된다. 한국처럼 ‘상위 집중형’ 구조가 아니다.
이 비교는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은 미국처럼 강력한 상위 산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독일처럼 중간층이 탄탄하지 않고, 일본처럼 안정적 분배 구조도 갖추지 못했다. 즉, 상위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중간과 하위가 따라오지 못하는 구조다.
이 구조는 산업에서 비롯된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특정 산업에 크게 의존한다. 이들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만, 그 성과가 경제 전체로 확산되는 속도는 제한적이다.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여전히 낮고, 이 격차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여기에 인구 구조가 겹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국가다.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복지 지출은 늘어난다. 국가부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경제의 체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구조적 문제는 더욱 부각된다.
이쯤에서 질문이 필요하다.
우리는 과연 부자가 된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한국은 ‘전체가 부자인 나라’가 아니라 ‘일부가 매우 부자인 나라’다.
이 구조는 사회적 긴장을 만든다.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도, 어느 기업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삶의 경로가 완전히 달라진다. 자산 격차까지 더해지면 이동 사다리는 좁아진다. 결국 문제는 소득이 아니라 기회의 불균형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생산성의 확산이다.
독일처럼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둘째, 노동시장 개혁이다.
이중구조를 완화하고, 산업 간 이동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재정의 재설계다.
단순한 이전지출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이다.
연봉이 높아졌다고 해서 국가가 부유해진 것은 아니다. 성장의 외형과 구조를 구분해야 한다.
연봉 1억 시대는 분명 성취다.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 되는 순간, 문제는 시작된다.
한국 경제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