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원칙·상식] 국힘지지율 10%대 추락에 김부겸 대구 등판

  • 정치판 '판갈이 신호탄' 될까

6·3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한국갤럽 3월 4주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9%로 내려앉았고, 더불어민주당은 46%를 기록했다. 무당층도 27%에 이른다.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65%였다. 수치만 놓고 보면 여권과 야권의 온도차가 분명하다. 문제는 이 격차가 일시적 흔들림인지,  지방선거 구도 자체를 흔드는 전조인지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는 늘 숫자로 출발하지만, 선거는 숫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정당 지지율은 민심의 기초 체력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특히 국민의힘이 20% 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단순한 등락 이상으로 읽힌다. 선거를 불과 두 달여 앞둔 시점에 당 지지율이 10%대에 머문다는 것은 후보 개인의 경쟁력만으로 덮기 어려운 구조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수치 그 자체보다 당의 대응 방식이다. 지도부를 향한 내부 비판, 노선 혼선, 공천 갈등이 한꺼번에 불거지는 모습은 선거를 앞둔 정당의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다. 선거는 상대 실책만 기다린다고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내부 분열을 수습하지 못하면 민심은 더 빠르게 이탈한다. 지금 국민의힘이 마주한 위기는 단순한 지지율 하락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이 당이 과연 선거를 치를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안기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 대목이 더 아프다.


이런 시점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대구시장 출마는 상징성이 작지 않다.  김 전 총리는 30일 출마를 공식 발표한다. 그는 당이 먼저 대구 발전 비전과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대구에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돕는 ‘다해드림 센터장’이 되고 싶은 심정”이라고 화답했다. 이는 단순한 후보 한 사람의 차출이 아니라, 민주당이 대구를 ‘포기한 지역’이 아니라 ‘승부를 걸 지역’으로 다시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김 전 총리의 정치 이력은 이 상징성을 더욱 키운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대구에서 도전했고, 2016년에는 대구 수성갑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돼 지역주의의 벽을 흔든 바 있다. 물론 이후 장관직 수행과 중앙정치 복귀 과정에서 지역 관리가 약해졌다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부겸이라는 이름이 대구에서 갖는 무게는 여전히 남아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전국 판세를 바꾸는 카드이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도전자다.



대구 선거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이 오랫동안 ‘보수의 심장’으로 불려온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중량감 있는 민주당 후보가 등장하고, 동시에 국민의힘이 공천 내홍을 겪는다면 선거의 상징적 의미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연합뉴스 르포 기사에 따르면 대구 민심은 “보수를 지켜야 한다”는 정서와 “이젠 변화가 필요하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아직 판세가 뒤집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결과를 미리 단정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샴페인을 터뜨릴 상황도 아니다.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과 달리 중앙정치 바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인물 경쟁력, 지역 현안, 조직력, 후보 단일화 여부, 선거 막판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정청래 대표가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내부 단속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상대의 위기가 곧 내 승리를 뜻하지는 않는다. 선거에서 가장 위험한 오판은 ‘상대가 무너졌으니 우리는 이겼다’는 착각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보고 있는 것은 단지 어느 당이 더 강하냐가 아니다. 어느 당이 더 겸손한가, 어느 당이 더 준비돼 있는가, 어느 후보가 지역의 미래를 실질적으로 말하는가를 함께 보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위기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왜 지지층마저 흔들리고 있는지를 직시하는 일이다. 지도부 리더십, 중도 확장성, 공천 공정성, 메시지 통일성 가운데 어느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지방선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김부겸 카드가 주목받는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영남 공략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인물의 상징성은 문을 여는 열쇠일 뿐, 실제 표를 얻는 것은 정책과 태도, 조직과 진정성이다. 대구 발전 비전, 지역 현안에 대한 해법, 시민이 체감할 실용적 약속이 따라붙지 않으면 상징은 오래가지 못한다. 김 전 총리가 스스로 “당이 먼저 비전과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한 것도 결국 이 점을 겨냥한 것으로 봐야 한다.



다음 주 정치권은 분명 큰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지지율 하락과 내부 갈등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관건이고, 민주당은 우세론을 경계하며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가야 한다. 김부겸 등판이 대구 선거는 물론 전국 선거 구도에 파장을 미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그것을 곧바로 ‘판갈이의 확정’으로 부를 일은 아니다. 지금 단계에서 더 정확한 표현은 이것일 것이다. 민심은 경고장을 던졌고, 정치권은 시험대에 올랐다.



정치에서 신호를 읽지 못하면 흐름을 놓친다. 국민의힘의 19%는 숫자 하나가 아니라 변화 요구의 압력일 수 있다. 김부겸의 대구행 역시 한 인물의 출마를 넘어 지역주의 균열 가능성을 다시 묻는 사건일 수 있다. 다음 주가 정말 정치판 ‘판갈이 신호탄’이 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이번 주말 정치권에 울린 경고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유권자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이제 정치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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