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늘 과장과 계산이 뒤섞여 있다. 그러나 이번 대이란 메시지는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곧 합의에 응하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을 즉시 상업용으로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와 유정, 하르그섬, 담수화 시설까지 겨냥하겠다고 공개 경고했다. 며칠 전에는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을 4월 6일까지 유예한다고 밝혔고, 하르그섬 군사시설을 이미 타격했다고도 했다. 단순한 말폭탄이 아니라, 에너지와 해상 물류를 지렛대로 삼는 압박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발언의 핵심은 중동 그 자체보다도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원유 수송의 요충지다. 이 통로가 흔들리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은 군대보다 시장이다. 유가가 뛰고, 운임이 오르고, 보험료가 치솟는다. 그렇게 시작된 충격은 제조업과 소비, 금융으로 번져간다. 이번 경고가 무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동의 위기가 곧바로 기업의 손익계산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특히 취약하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그중에서도 중동 변수에 민감한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유가 급등은 정유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기요금과 물류비, 원재료 가격, 환율 변동 압력까지 연쇄적으로 자극한다. 한국 경제가 수출 제조업 중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동발 충격은 생각보다 빠르게 기업 현장에 스며든다.
먼저 삼성전자를 보자. 반도체 산업은 전력비 부담에 민감하다. 생산 공정과 클린룸 유지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고, 원가 경쟁력이 생명이다. 이런 구조에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비용 압박은 피할 수 없다. 특히 반도체 업황은 회복 국면과 조정 국면이 짧게 엇갈리는 특성이 있어, 비용 변수 하나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여기에 지정학 불안이 길어지면 기업은 대규모 투자 결정을 더 신중하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투자의 지연은 곧 경쟁력의 지연이 된다.
더 큰 문제는 2차 충격이다. 유가가 급등하면 물가가 자극받고, 각국 중앙은행은 다시 긴장한다. 금리 인하 기대는 늦춰지고,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은 커진다. 소비자들은 기름값과 생활물가 상승을 체감하게 되고, 내구재 소비는 위축될 수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처럼 글로벌 수요에 기대는 업종에는 이 과정 자체가 부담이다. 이번 위기는 단순한 지정학 뉴스가 아니라, 한국 주력 산업의 수익성과 투자 심리를 동시에 압박하는 변수다.
그래서 이번 사태를 단순히 ‘트럼프의 거친 말’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된다. 시장은 이미 에너지 시설, 호르무즈 해협, 담수화 설비 같은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 충돌이 확대되지 않더라도, 위협이 반복되는 것만으로도 가격과 심리는 흔들린다. 기업 입장에선 전쟁이 실제로 터졌느냐보다, 그 가능성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삼성과 현대차 같은 한국 대표 기업들에 필요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의 대응이다. 이제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은 생산능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지정학 리스크를 읽고, 에너지 가격 충격을 관리하고, 공급망을 유연하게 재편하는 능력이 함께 요구된다. 생산거점 분산, 조달선 다변화, 비상계획 점검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수급과 시장 불안을 관리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산업의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원유 비축, 물류 대응, 환율·금융시장 안정 조치, 산업계와의 비상 공조 체계가 함께 돌아가야 한다. 중동발 충격은 늘 갑자기 오지만, 대비는 늘 늦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트럼프의 경고는 이란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여파는 이미 세계 기업들의 계산기 위에 올라와 있다. 지정학은 늘 멀리서 시작되지만, 비용과 실적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무너진다. 삼성과 현대차의 리스크는 아직 숫자로 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미 시작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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