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희 칼럼]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 기대만큼 과제도 많다

서정희
[서정희 논설고문]


신현송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은 참 잘된 인사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신 후보자를 두어 번 접했던 기억이 난다. 꽤 오래전이지만 참 겸손해 보인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다. 역량, 자질, 품성 면에서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신 후보자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반응은 예상대로 좋다.

이론과 실무 능력이 글로벌 톱 수준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래도 실력이 아무리 좋다한들 시샘이나 뒷담화가 따라다니게 마련인데,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럴 조짐조차 안 보인다. 성경에도 “예언자는 자기 고향에서 존경을 받지 못한다”고 돼 있는데 말이다. 신 후보자는 그동안 주로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해온 게 어쩌면 고향에서의 혹독한 비판이나 뒷말을 피해간 비결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해외 위주의 활동 경력이 득일지 독일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지금 한국 경제는 사실상 비상 상황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인해 불안감과 위기감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달러당 원화 환율이 급기야 1500원을 넘어섰다. 물가도 위험하고 성장도 걱정이다. 여기에 금융 안정과 글로벌 리스크 관리라는 과제를 안고 출발한다. 이런 엄중한 국제금융 상황에 대처할 정책사령탑이 소위 F4(재정경제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인데, 현재 인적 구성으로는 솔직히 강팀이 아니다. 게다가 이들 가운데 국제 신인도가 가장 낫다는 이창용 총재가 교체되는 문제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끝까지 고심했을 포인트일 것 같다.

신 후보자가 이 총재 이상으로 국제 신인도가 높다는 점은 후보 낙점의 가능성을 높였을 포인트다. 하지만 해외파이다 보니 화급한 국내 상황에 바로 투입하기에 찜찜한 면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고민 때문이었는지 청와대 발표 시 신 후보자의 두 가지 경력이 특히 강조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사전에 경고한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 금융 전문가라는 점과 위기 당시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으로 외환건전성 부담금, 선물환 규제 등 소위 환율 안정 3종 세트를 직접 설계한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한국 상황에 낯설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 문제가 앞으로 신 후보자를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그러면 신현송 후보자 앞에 놓인 과제는 무엇일까. 물가 안정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와 같은 복합위기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도 추가될 것이다. 먼저 물가와 성장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문제가 만만치 않다. 이창용 총재는 임기 동안 성장에 방점을 둔 측면이 있다. 미국보다 과감하게 기준금리를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이다. 무엇보다 환율이 너무 불안하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원화가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을 두고 논란도 크다. 환율만 보면 금리 인상이라도 해보고 싶지만 글로벌 충격에 휩싸인 국내 경기를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딜레마 상황이다.

신 후보자를 두고 금리에 관한 한 매파적 성향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앞으로 그의 행보를 예측하기란 대단히 어려워 보인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신 후보자는 “현재 달러 유동성 부분이 양호한 만큼 예전처럼 환율과 금융 불안을 직결시킬 필요는 지금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금리에 손댈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유보적 태도처럼 비친다. 이를 두고 국제금융계에서는 신 후보자가 원화 약세를 용인하는 의사를 표명했다며 한은이 통화정책 완화를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환율 안정과 외환시장 관리에 더 큰 힘을 쏟아야 할 듯하다. 금리에 당장 손대기가 불편하다면 다른 경로를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F4의 새로운 진용 속에서 신 후보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이른 시일 안에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환율 급등에 대해 환율 자체보다는 리스크 흡수 능력을 강조하고 나온 점에 주목해 볼 만한다. 시장 안정과 신뢰 구축을 우선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의 전문 분야이기는 하지만 한은 총재로서 그의 첫 시험대는 환율 안정 여부가 될 듯하다.
다음으로는 중동 전쟁과 유가 상승 그리고 미국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이 중단기적 과제다. 중동 상황은 이미 예상과 달리 가고 있다. 미국이 종전을 서두른다고 해서 글로벌 경제 상황이 바로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대로 중동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 그리고 지금 상황 자체가 워낙 복합적이다. 당장의 리스크가 완화된다고 해도 한국 경제에는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잠재성장률 회복, 가계부채 뇌관 정리 등은 오히려 중장기 과제다. 이렇게 볼 때 신현송 총재 시대의 한국은행은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기본적 일 외에 지금 우리 앞에 가로놓인 복합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의 균형을 다시 설계하는 종합적 전략 설계자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의회 과반을 확보하고 있는 정부다. 이런 힘 있는 정부 앞에서 중앙은행 독립성을 얼마나 견지할 수 있을지도 신 후보자의 중요 과제다. 당장은 별 문제가 없을지 모른다. 신 후보자가 아무리 매파적 성향이라 하더라도 처음부터 무리하게 각을 세울 것 같지는 않다. 더욱이 글로벌 경제 상황이나 국내 경제 흐름이 사실상 위기 국면이다. 정부나 중앙은행 모두 위기 국면 타개에 힘을 보탤 시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통화가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중앙은행이 갖는 숙명이기도 하다.

이제 열흘 남짓이면 이창용 총재가 떠나고 신 후보자가 임기를 시작한다. 급박한 지금의 경제와 국제금융 상황을 생각하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 후보자에겐 공부하고 연구할 시간이 없다. 취임 즉시 솔루션을 제시하고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곧 진행될 국회 인사청문회가 신 후보자의 첫 시험대이자 신 후보자의 마지막 고민과 공부 시간이 될 것이다. 국제 무대를 누벼온 귀중한 경력 자산을 토대로 한국 경제의 앞날에 대한 혜안을 기대해 본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국제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미국 미주리대 경제학 박사 ▷매경TV·매경출판 대표, 매일경제신문 워싱턴 특파원, 논설위원 등 ▷서울대 경제학부 객원교수  ▷연우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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