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차익거래 금지의 역설…우량 보험설계사까지 위축시킬까

  • 저해지 상품 쏠림 등 현장 부작용도 있어

전상현 HBC자산관리센터 대표
전상현 HBC자산관리센터 대표.

그간 금융당국은 건전한 보험모집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보험계약 모집수수료 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 모집수수료와 해약환급금이 납입보험료를 초과할 때 그 차익을 노린 허위·가공계약을 막기 위해서다.

올해 1월 보험업감독규정을 통해 보장성보험은 계약 해지 시점까지 지급된 수수료 등이 계약자가 실제 납입한 보험료 이내가 되도록 집행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법인보험대리점(GA) 수수료 차익거래 금지 기간은 36개월 기준으로 전면 적용된다.

또 7월부터는 GA 소속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수수료의 1200% 확대 적용과 함께 유지관리수수료도 2027년부터 4년, 2029년부터는 7년으로 분할 지급된다. 차익을 노린 허위·가공계약 유입을 원천 차단하고 보험산업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분명 취지는 타당하다. 다만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현장에서는 의도치 않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정책의 출발점은 차익거래 자체를 불가능하게 해 계약 유지 중심으로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차익거래 금지 기간이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보험기간이 길어질수록 해지환급률이 상승하는 구조상 환수 리스크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기에 예정이율이 높아지거나 보장과 저축을 결합한 상품 수요를 반영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 부담이 크다. 악성 설계사를 막는 수준을 넘어 우량 설계사까지 환수 리스크를 계산하며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는 개인 계약을 기반으로 수수료를 받는 직업이다. 고객을 위해 상품을 비교·분석해 추천했는데 그 결과가 손해로 이어진다면 영업 동기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현행 24개월 기준에서도 환수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GA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GA가 받는 전체 수수료가 아니라 운영비 등을 제외한 차액이다. 이 구조에서 정상적으로 유지된 계약에서도 차익이 발생하면 환수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는 GA가 수수료를 조정해 대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는 설계사 수수료율을 낮추거나 별도 적립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설계사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된다.

고객 입장에서도 영향은 불가피하다. GA와 설계사가 환수 리스크를 고려해 저해지환급금 상품 위주로 권유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대납 요구와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차익거래 환수 문제는 GA 자율에 맡길 사안이라기보다 보험사의 상품 설계 단계에서 해지환급률 구조를 조정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설계사는 고객을 위해 상품을 비교하고, 계약을 관리하며, 보상 관련 조언을 하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금화와 은화를 쓰던 시기에는 같은 액면가라도 금속 함량이 달랐다. 사람들은 가치가 높은 화폐는 보관하고, 낮은 화폐만 유통시켰다. 이를 두고 영국 경제학자 그레셤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고 설명했다.

보험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불량 설계사를 규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량 설계사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N잡러가 늘어나는 시장 환경에서 고객과 설계사가 함께 윈-윈(win-win)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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