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의 중동워치] 미-이란 전쟁 6주의 3무(三無) … 무전략, 무질서, 무지성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지난 2월 28일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벌이는 상호 파괴 경쟁은 6주째로 접어들었다. 전쟁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제한으로 전 세계가 경제난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우리는 매일 아침 전해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발언에 매달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모호한 전략적 심리전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 말이 사실일까 반신반의했지만 거의 무대책으로 내뱉는 말임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국내 정치 위기 돌파와 지역 패권 장악 시도에 동조해 벌인 명분도 출구도 없는 명확한 침략전쟁이었기 때문이다. 노벨평화상을 자신이 받아야 된다고 공언하면서 전쟁 종식과 평화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화려하게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정기화, 가자 학살 전쟁의 전폭적 지원,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위한 베네수엘라 침공,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군 침공 전쟁 동조, 급기야 진지한 평화 협상을 추진 중이던 이란에 대한 전격적인 군사 침공에 이어 쿠바 침공까지 공공연히 입에 올리고 있다. 

약 8000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인간에 의한 인간의 대량살육’을 막기 위해 힘들게 마련한 유엔과 국제기구를 통한 기본적인 보편가치틀이 송두리째 뽑혀나가는 비극의 현장을 온 인류가 대책 없이 목도하고 있다. 통제받지 않는 패권국가의 오만한 군사력 남용으로 소중한 인류공동체의 삶의 터전과 역사적 기억, 축적한 전통과 문화유산들이 하루아침에 폐허로 바뀌어나가도 속수무책이다. 유엔의 기능이 마비되고, 유엔 평화군이 유명무실해지고, 국제사법재판소의 전쟁 범죄 단죄까지도 형해화되는 오늘의 세계는 바야흐로 각자도생과 약육강식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많은 전문가들은 팍스 아메리카 일극체제가 붕괴되고 다극체제로 가는 과도기적 혼란 상태로 보고 있지만, 새로운 국제질서의 확립까지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것들조차 마구 사라져가는 현실의 안타까움은 견디기 힘들다. 물과 전기가 끊긴 무고한 시민들이 폭격으로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2500년의 유구한 제국과 역사를 견인해온 인류사의 중심 문명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겠다고 하고, 이란을 공격해서 석유를 전리품으로 챙기겠다고 발설하는 지도자를 가진 미국이 과연 우리가 알던 나라인지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이란 언론이나 지식인들은 이번 전쟁을 “페르시아 제국의 역사적 품격과 민족적 자긍심을 가진 무기력한 이란과 천박한 물질주의에 젖어 가공할 군사적 폭력을 행사하는 트럼프의 전쟁”이라고 규정한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몰아낸 뒤 건국한 250년의 미국 역사가 인류 최초의 인권선언문을 제정하고 법령화된 다문화-다종교 공존의 제국을 경영했던 2500년 역사를 무시하고 지배하려는 시도가 어찌 성공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충성심 가득한 행정부 참모들이 보여주는 이런 역사 문화적 식견이나 인문학적 통찰력 부족이 이번 전쟁을 오판하게 된 배경이 아닐까 싶다.  

1979년 독재 왕정을 민중 혁명으로 무너뜨리고 탄생한 이란의 이슬람 신정 정권은 불행히도 47년 통치 기간 동안 국민들의 뜻을 존중하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주지 못했다. 정권을 잡은 혁명수비대와 권력 실세들은 경제권력과 정보자산, 사회적 자본까지 독점하면서 또 다른 타도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물론 국제법을 위반한 미국의 고강도 경제 제재의 결과로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신이 부여한 소중한 은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이 고통의 첫 번째 배경이지만 그런 국면을 해결하지 못한 일차적 책임도 당연히 혁명정부에 있다. 급기야 2025년 12월 민중들이 궐기했다. 2009년 반정부 시위나 2022년 히잡 시위로 촉발된 여성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과는 성격이 달랐다. 먹고사는 처절한 생존적 투쟁이었다. 30배가 넘은 환율의 이중 구도, 몇 해 동안 지속되는 8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과 물가고, 상대적 임금 하락 등에 서민들은 물론 중산층까지 견디기 힘든 상황에 내몰렸다. 올 1월 시위는 120여 개 도시에서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는 듯했다. 당연히 정권 실세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권을 양보하고, 미국과 대화를 통해 제재를 푸는 협상에 보다 진지하게 매달릴 것이란 연착륙을 이란 국민들은 기대했다. 두 세대에 걸쳐 오랜 저항 시스템과 내핍 경제에 단련된 이란 신정체제가 쉽게 붕괴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란 국민들은 물론 이란을 조금이라도 아는 외부 전문가들에게는 상식적인 판단이었다. 결국 민생 시위도 트럼프의 섣부른 개입으로 동력을 잠재워 버렸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었다. 시위의 작은 불씨마저 꺼져버렸다.    

전쟁의 참화는 죽고 사는 존재의 근본이 뿌리째 흔들리는 비극으로 항상 귀결되지만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그 당사자가 되면 슬픔은 몇 배로 증폭된다. 4월 1일 저녁 이스라엘의 표적 암살로 카말 카라지 박사가 테헤란 북부의 아주라니예(Ajouraniyeh) 근교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부인이 폭사하고 본인은 중태에 빠져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을 듣고는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이란의 대학자이자 외교부 장관을 역임한 배테랑 정책 입안자였다. 마지막 공식 직함은 이란 전략외교관계위원회(SCFR) 의장이자 양대에 걸친 최고지도자의 수석 외교 정책고문으로, 서방과의 핵 협상이나 관계 개선을 진두지휘해 온 실질적인 대외관계 총책임자였다. 아마 1997년 이후 이란의 핵 협상 정책과 전략을 설계하고, 핵 기술 발전 방향과 핵 사용 원칙과 비전을 공고히 한 핵심 브레인이었다. 그는 핵 무장을 통해 얻는 것보다는 핵 기술을 연구와 산업을 통해 국가 경제와 민생 복지에 투영하는 것이 훨씬 큰 국가이익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유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미국 휴스턴대학교에서 교육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란을 대표해 온 세계적인 인지 과학자였다. 몇 해 전 내가 소속되어 있는 대학과의 협력관계차 방한한 그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꽤 오랜 시간 대화하면서 이란의 정책이나 미래 비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국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려는 그의 노력과 열정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미국인들은 이란을 너무 모른다며, 악의적으로 만들어진 프레임에 갇혀 페르시아 역사의 깊이와 인류문명에 대한 공헌 같은 것을 아예 접하지도 못할뿐더러 공존이 아닌 궤멸의 대상으로 몰고 가는 미국 기독교 극우 정치의 폐해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토로한 적이 있다. 물론 중동문화를 전공하고 한국과 이란의 고대 교류를 연구하는 한국 학자에게 특별히 보내는 우정이었을 것이다. 그 후에도 이란을 방문한다거나 이메일을 통해 귀한 자료를 찾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고, 이란의 미래 설계와 정책 방향을 이해하는 데도 적확한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최근 들어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 이란과 주변국들에 대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자 폭넓은 인맥을 활용하여 파키스탄을 중재자로 하는 미국과의 협상 창구를 지휘해 온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어 국제사회가 용인한 핵 주권을 뿌리째 흔들고 원유, 가스, 담수화 시설, 문화유산까지 무차별 폭격을 확대해 가는 상황에서 카라지 박사는 최근 “이란의 실존적 위협이 가해지면 핵 무기 보유를 금지한 이슬람 율법 교리를 변경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압박해 갔다. 아마 이러한 태도 변화가 이스라엘이 그를 우선적으로 표적 살해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하는 협상이란 이름의 15개 조항 항복 문서를 그대로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란도 10개 조항의 역제안을 내놓고 있다. 핵 무기 개발 포기와 탄도 미사일 개발 조건 부과 등은 어느 정도 합의가 가능한 조항들이다. 호르무즈 해협 자유통행 문제도 통행료 징수 방식과 액수 조정, 다른 방식의 경제적 피해 보상 제안 등으로 충분히 이견을 좁혀갈 수 있는 사안이다. 문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신뢰다. 2015년 국제사회가 힘들게 합의한 포괄적핵협상안(JCPOA)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고, 2025년 6월과 2026년 2월의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이 한참 진지하게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군사공격을 감행한 것도 트럼프였다. 일방적 협상안을 수용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내 놓고는 시간도 되기 전에 협상 당사자들을 표적살해해서 제거해 버린다. 협상을 안 하겠다는 것인지, 못하게 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아무리 수뇌부를 제거해도 최소 7인의 예비 지휘관들이 서열별로 다음 죽음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순교라고 부른다. 이란 수뇌부에는 이슬람 혁명수비대 고위 장성이건, 행정부이건 최고의 인재들이 포진해 있다. 반세기 동안 신정체제에서 체계적으로 키워 온 중장기적 인재양성의 결실일 것이다. 이미 지휘부는 물론 핵 과학자, 유능한 엘리트 관료, 학자, 언론인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페르시아 문명의 화려하고 찬란한 문회유산들이 상당수 파괴되었다는 소식에도 인류사회는 비교적 무덤덤하다. 만약 테헤란이나 이스파한이 아닌 로마나 빈이 이런 폭격을 받았다면 서구사회가 어떻게 반응했겠는가? 반문명적 폭거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그만 침략 행위를 중지하고 전쟁을 끝내게 하자. 인류공동체 전체가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가 지금이다.(대학자 카말 카라지 박사 영전에 바칩니다)

▷한국외대 ▷터키 이스탄불대학 역사학 박사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한국튀르키예친선협회 사무총장 ▷중앙아시아연구원(UNESCO-IICAS) 학술위원(한국대표) ▷성공회대 석좌교수 ▷이슬람문화연구소 소장 국내외 저서 90여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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