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GTC 2026'에서 HBM4E 제품을 공개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1년 단위의 메모리 단기 공급 계약 방식을 사실상 폐기하고 3~5년 단위의 장기공급계약(LTA) 방식만을 통해서 제품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고객사와 AI 메모리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전략적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고수익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신규 계약분부터 최소 3년 이상의 LTA 적용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분기 단위'의 초단기 계약도 수용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전면 LTA 체계로 공급 정책을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부회장)는 지난달 1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객사들과의 공급 계약을 현재의 연·분기 단위에서 3~5년의 다년 공급 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공급 협상 막바지 단계인 AMD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주요 고객사들에 3년 치 메모리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SK하이닉스는 최근 구글과 5년 단위의 범용 D램 장기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3년 단위가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3년 계약도 짧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계약 기간을 5년으로 확대해 공급 안정성을 극대화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SK하이닉스가 구글에 공급하고 있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제1순위 공급사인 만큼, 차세대 HBM 공급을 조건으로 내걸어 계약 기간을 2년 더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마무리 지으려했던 협상은 상반기 내로 앞당겨 최종 조율될 것으로 점쳐진다.
과거 메모리 시장은 '범용성'에 기반했다. PC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범용 D램을 대량으로 찍어낸 뒤 분기별 고정거래가나 매일 변하는 현물가에 따라 물량을 넘겼다. 그렇다 보니 수요가 조금만 흔들려도 가격이 폭락해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하는 '사이클의 저주'를 피할 수 없었다. 공급자가 시장 환경에 일방적으로 노출되는 전형적인 을의 구조였던 셈이다.
반면 LTA 체제로 재편할 경우 수주 절벽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3년에서 최대 5년 이상의 물량을 선점하면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급감에도 이미 약속된 가격과 물량으로 실적을 방어할 수 있다. 하락기에도 이익이 급락하지 않는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LTA 체제로 전환하면서 D램 가격 변동성에 대비한 공급가 정책, 매해 최소 공급 물량 방안 등을 두루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효율성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팔릴 물량이 이미 확정되어 있어 무분별한 증설 경쟁 대신 철저히 계산된 설비 투자(CAPEX)가 가능하다. 반도체 업계는 장기계약 비중이 높아질수록 메모리 기업들의 이익률이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서 일정하게 유지될 것으로 본다.
특히 HBM처럼 공정 난도가 높고 고객사별 요구가 상이한 제품은 파운드리처럼 '선수주 후생산'을 통해 재고 부담을 원천 차단하고 양산 효율을 높이는 맞춤형 공급 체계가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기업들이 더는 가격 하락을 걱정하며 창고에 재고를 쌓아두는 시대는 끝났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제는 메모리 공급 기업을 뛰어 넘어 글로벌 빅테크의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로 격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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