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노동시장] 재고용·정년연장·하청관계 '삼각함수' 풀이 골몰하는 재계

  • 정년연장 기조 속 기업들, 고육지책으로 '재고용' 우회전략 확산…청년 고용 악화 가능성

  • 노봉법에 힘 세진 하청, 원청 의사결정 축소…한쪽 누르면 다른 쪽 팽창 '제로섬' 게임

고용노동부 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 [사진=연합뉴스]

올 들어 65세 정년 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 확대, 원·하청 교섭 구조 변화 등 노동 시장 구조가 난마처럼 얽히며 기업들이 인사·노무 전략 수립에 진땀을 빼고 있다. 특히 개별 제도의 효과보다 '제도 간 상호 작용'이 몰고올 파급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년 연장 논의는 최근 빠르게 구체화되는 흐름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고령화 대응과 국민연금 수급 공백 해소를 명분으로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기업들은 정년 연장이 연공형 임금 체계와 결합되면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업들은 정년 연장을 위한 필요조건인 고용 유연화를 높이는 차원에서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LG전자는 최근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통해 정년 이후 최대 1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고, LS일렉트릭은 이미 정년 퇴직자 중 약 3분의 1을 재고용하는 체계를 운영 중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생산직 중심으로 계속고용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다만 퇴직 후 재고용 확대는 정년 연장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현실적 절충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정 정년을 직접 늘리기보다 고령 인력을 재고용 형태로 활용해 인건비를 관리하려는 전략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 인사 담당 임원은 "유지 가능한 임직원 규모는 정해져 있는데 정년을 일괄 연장하면 고용 지속성 측면에서 어려움이 발생한다"며 "정치권과 사회적 기조에 부응하면서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종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재고용 추세가 강화되면 청년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초 청년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재계에서는 고령 인력 고용 유지가 늘어날수록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특히 대기업 양질의 일자리에서 이러한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하청 관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을 향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수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 경영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와 한화오션 등 주요 기업들이 법 시행 직후 하청 노조의 직접 교섭 요구를 받는 중이다.

기업들은 원청의 책임 범위가 확대되면 협력사 관리 방식과 비용 구조 전반이 바뀔 수 있다고 걱정한다. 특히 인건비 상승 압력이 원청에서 협력사로 전가되거나 외주 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과 재고용 확대, 원·하청 교섭 구조 변화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구조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재계에서는 노동정책이 개별 제도 단위가 아니라 상호 연동된 구조로 작용하는 만큼 산업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언젠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정년 연장에 대한 급여 체계 재조정 등 제반 사항이 구체화돼야 한다"며 "퇴직 후 재고용도 사내 인력 밸런스를 깨거나 청년 고용에 영향을 줄 사안이라 기업 의견을 충분히 들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하청 문제와 관련해 새 제도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우려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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