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이라는 단어 하나에 가슴이 몽글해지는 세대가 있다. 2000년대 초반, 강의가 끝나기 무섭게 PC방으로 달려가 주황버섯을 쫓고 낯선 이들과 우정을 쌓던 그 시절의 설렘. 모니터 속에 머물던 20년 전 가상 세계가 봄바람을 타고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 매직아일랜드에 생생하게 내려앉았다.
롯데월드가 오프라인에 구현한 '메이플 아일랜드'는 30·40세대에게 유년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따뜻한 놀이터다. 놀라운 점은 이 핑크빛 마법이 세대와 국경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어릴 때 향수를 좇아온 어른들은 물론, 원작 게임을 전혀 모르는 글로벌 알파 세대(2010년 이후 출생자)의 발길마저 사로잡으며 K-테마파크의 새로운 흥행 무기로 떠올랐다. 낯선 세계에 매료된 전 세계 10대들까지 합세하며, 오늘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들이 매력적인 이 공간에 새로운 '로그인'을 이어가고 있다.
◆ 도트 그래픽의 온기, 매직 아일랜드를 물들이다
롯데월드가 매직아일랜드에 약 1983㎡(600여평) 규모로 조성한 ‘메이플 아일랜드 존’에 들어서는 순간, 모니터 너머의 세상에 불시착한 듯 두 눈이 동그래진다. 평화로운 마을 ‘헤네시스’, 신비의 숲 ‘아르카나’, 장난감 왕국 ‘루디브리엄’ 등의 가상 세계를 현실 공간에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파스텔 톤의 아기자기한 조형물 사이로 귀에 익숙한 배경음악이 은은하게 퍼지니, 수십년 전 PC방에서 느꼈던 두근거림이 가슴을 잔잔하게 두드린다.
어트랙션 역시 메이플스토리 세계관의 옷을 정교하게 입었다.
우선 '스톤 익스프레스'는 신비의 숲 ‘아르카나’를 배경으로 한 미니 롤러코스터다. 귀여운 ‘돌의 정령’ 모양 비클(Vehicle)에 올라타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레일을 내달릴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어드벤처 내의 다른 고난도 어트랙션에 비해 난이도가 낮아 좀 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어 입장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 맞은편에 자리한 '아르카나 라이드'는 파스텔 톤의 보랏빛으로 꾸며진 탑승형 시설로, 몽환적인 연출 덕에 일찌감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사진 촬영 명소로 꼽힌다.
아르카나 라이드를 지나 약 12m 높이 타워를 오르내리는 드롭형 어트랙션 '에오스 타워'에 몸을 싣는다. 꼭대기에 매달린 거대 ‘핑크빈’이 전하는 유쾌함은 잠시, 기구에 앉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린다. 높이 올라갔다 쿵 떨어지는 그 순간이 퍽 아찔하다. 그렇게 오르내리기를 몇 번, 짧은 운행이 끝나고 기구에서 내리는 탑승객들은 아쉬움을 드러낸다.
직경 10m의 핑크색 레코드판 모양으로 새 단장한 '자이로 스핀' 역시 앙증맞은 핑크빈을 품고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하는 이 시간, 일상에 치여 잊고 지냈던 기분 좋은 아찔함이 폐부 깊이 스민다.
◆ 디즈니·유니버설 대신 롯데월드로… 글로벌 10대가 응답했다
현장의 열기는 객관적인 지표로도 확인된다.
메이플 아일랜드 존 오픈 첫 주말, 롯데월드 전체 입장객 수는 2025년 같은 주 대비 약 3% 증가했다. 주목할 부분은 해외 입장객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 입장객은 무려 14%나 늘었다. 올해 1분기 전체 외국인 입장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한 것을 보면, 신규 공간이 외국인 모객에 톡톡한 역할을 한 셈이다. 국가별로는 대만과 중국이 전체 외국인 입장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원작 게임을 모르는 글로벌 10대들마저 이곳만의 매력에 응답했다.
5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는 홍콩의 카일 람(11) 군은 지난 7일 본지에 "유튜브 영상과 롯데월드에 다녀온 친구의 추천으로 왔다"며 "언제나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10일간 가족 여행을 왔다는 러시아 출신의 알리사(11) 양 역시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에도 멋진 롤러코스터가 많지만, 이곳은 훨씬 독특하고 다채롭다. 캐릭터들이 정말 귀엽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획일화된 대형 테마파크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색채를 입힌 차별화 전략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보는 재미, 먹는 재미… 세대를 잇는 오감 만족 놀이터
공간 곳곳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요소들로 가득 채워졌다.
기프트숍 ‘메이플 스토어’에서 독점 판매하는 ‘주황버섯 인형 모자’와 ‘에오스 타워 드링크 보틀’ 등은 방문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인기 굿즈로 등극했고, 평화로운 마을 ‘헤네시스’를 테마로 한 식음 매장 ‘메이플 스위츠’는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공간으로 입소문이 났다.
캐릭터의 체력과 마나를 채워주던 포션을 연상케 하는 영롱한 묘약 같은 음료수, 앙증맞은 주황버섯을 본뜬 먹거리들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재미와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을 동시에 안긴다.
◆ "IP 협업은 생존 경쟁력"… 다시, 마법이 시작될 시간
이 같은 성공적인 안착의 배경에는 롯데월드의 발 빠른 공간 비즈니스 전략이 자리한다. 이해열 롯데월드 마케팅 부문장(상무)은 "테마파크를 콘텐츠 중심의 체험 플랫폼으로 고도화하고자 한다"며 공간 안에 어떤 세계관과 스토리를 담아내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됐음을 짚었다.
롤러코스터 같은 대형 시설을 짓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2~3년의 긴 기다림이 필요하다. 반면 고객의 취향은 유행처럼 빠르게 스쳐 간다. 확고한 팬덤을 쥔 지식재산권(IP)과의 협업이야말로 이 간극을 영리하게 메우고, 방문객에게 매번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롯데월드는 오프라인 공간의 한계를 넓히기 위한 시도를 꾸준히 전개해 왔다. 2021년 ‘카트라이더’, 2023년 ‘배틀그라운드’ 등 굵직한 K-게임과의 만남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네이버웹툰 ‘마루는 강쥐’, 글로벌 애니메이션 ‘포켓몬’, 인기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등 장르와 국경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메이플 아일랜드 존 오픈에 이어 세계 최초로 거대 괴수들이 등장하는 영화적 세계관을 접목한 ‘콩X고질라 : 더 라이드’의 론칭까지 앞두고 있어 테마파크로서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질 예정이다.
메이플 아일랜드의 핑크빛 열기는 6월 14일까지 봄 시즌 축제를 통해 계속되며, 4월 말부터는 야간 퍼레이드에 캐릭터와 댄서들이 대거 합류한다.
어린 시절 작은 모니터 앞에서 상상했던 모험이 현실이 되었다. 누군가는 잊고 지냈던 동심으로 돌아가 미소 짓고,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10대 여행객은 처음 마주한 다채로운 세계에 환호한다.
무엇보다 2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 아이가 같은 풍경 속에서 함께 웃음 짓는 시간. 세대를 관통하는 문화 콘텐츠의 저력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반가운 선율이 귓가를 간지럽히는 이 봄날, 추억 속 모험의 세계로 다시 한번 기분 좋은 '로그인'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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