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입신고 안 되는데 꽉 찼다"…'라이브오피스'로 둔갑한 지식산업센터

  • 초기 보증금 부담 낮아… 주거 대체재로 선택

  • 법적 보호는 취약해… 주택임대차보호법 미포함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 지식산업센터에 위치한 라이브오피스 평면도 사진이은별 기자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의 '라이브오피스' 평면도 [사진=이은별 기자]

“라이브오피스라서 전입신고는 어려운데, 바닥 난방빼고는 원룸이랑 같아요. 지금 빈방이 없어서 아무리 빨라도 5월 중순부터 입주 가능해요.”
 
지난 10일 찾은 경기 구리시 갈매지구 지식산업센터 일대. 현대테라타워, 휴밸나인, 스마트벤처타워 등이 몰린 이 일대는 2020년 이후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집중된 지역이다.

이 중 한 곳의 지식산업센터 건물 1층 공인중개업소와 분양사무소에는 ‘라이브오피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라이브오피스는 업무시설로 분류된 공간이지만 실거주 용도로도 활용되고 있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업무용 사무실은 물론 라이브오피스도 대부분 계약이 끝난 상태”라며 “현재 남아 있는 매물은 2건 정도뿐”이라고 말했다. 전입신고가 되지 않는데도 입주 문의는 계속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인근 지식산업센터인 아너시티도 사정은 비슷했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숙사 개념으로 공급된 호실 가운데 취사가 가능한 구조도 있다”며 “실거주 목적으로 찾는 수요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소 이전이 안 되는 건 알고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8호선 접근성이 좋아 잠실 등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학생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현대테라타워뿐 아니라 인근 지산 전반에서 주거 대체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이처럼 중개업소들은 “실거주 수요가 붙은 호실은 공실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개업소 설명에 따르면 일부 호실은 일반 원룸과 유사한 구조로 꾸며진 경우가 많다. 침대와 책상을 둘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있고, 싱크대와 샤워시설이 설치된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65만원 수준으로, 취사시설이 포함된 호실은 월세가 10만원가량 더 높게 형성돼 있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외형과 사용 방식은 일반 원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법적으로는 업무시설이라는 점에서 괴리가 있다.

이처럼 ‘라이브오피스’는 업무시설로 분류돼 주택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도 주거 수요를 흡수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명칭과 상품 구조를 바꿔 수요를 끌어들이는 ‘변형 상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에 비해 세제와 대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점, 낮은 보증금과 월세 부담이 맞물리면서 실거주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회초년생이나 단기 거주 수요를 중심으로 이러한 공간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경기도 구리시 구리 갈매지구 지식산업센터 일대 공인중개소 [사진=이은별 기자]
경기도 구리시 구리 갈매지구 지식산업센터 일대 공인중개소 [사진=이은별 기자]

시장 전체 흐름은 이와 정반대다. 지식산업센터는 한때 대출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기대 속에 개인 투자자까지 유입되면서 분양 물량이 빠르게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급 과잉에 따른 공실 확대와 수익성 저하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식산업센터가 오피스텔 대비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을 확보할 수 있고, 초기 보증금 부담이 낮다는 점도 수요 유입 요인으로 보고 있다. 같은 비용으로 더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거 대체재로 선택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위험을 전제로 한 임대 관행도 나타나고 있었다.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위험을 전제로 한 거주를 유도하는 듯한 설명도 이어졌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보증금이 낮기 때문에 일정 기간 거주하다 나오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매 등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약 10개월 정도 거주하면 보증금을 상쇄할 수 있다고 보는 인식도 있다”고 말했다.

주거 수요가 유입되고 있지만 법적 보호는 취약하다. 지식산업센터는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분류돼 주택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기 어렵다. 전입신고가 불가능해 확정일자를 받을 수 없고, 주택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경매나 분쟁이 발생할 경우 보증금 보호 역시 쉽지 않다.

일부 호실은 취사시설과 샤워시설을 갖춘 형태로 개조되기도 하지만, 애초 주거를 전제로 설계된 건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 사용 공간을 전제로 한 방수·하중 설계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방이나 욕실을 추가하려면 구조 보강이 필요하고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며 “주거용 전환을 논의하기에 앞서 현황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 지식산업센터인 현대테라타워, 구리갈매아너시티, 구리갈매금강펜테리움IX타워가 한눈에 보인다. [사진=이은별 기자]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 지식산업센터인 현대테라타워, 구리갈매아너시티, 구리갈매금강펜테리움IX타워가 한눈에 보인다. [사진=이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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