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한화오션 급식노조도 교섭 대상...기업 경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한화오션의 사내 급식 위탁업체 노동조합을 교섭요구 공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급식·통근버스·시설관리 등을 맡는 도급업체 노조까지 원청과의 교섭 범위에 넣은 것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개별 사업장 노사 분쟁을 넘어, 한국 산업 현장에서 기업 책임의 경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그동안 원청과 하청의 구분은 경영 책임과 법적 의무를 나누는 기본 틀이었다. 원청은 생산 전략과 투자, 고용 구조를 설계하고, 협력업체는 계약 범위 안에서 독립적으로 서비스를 수행하는 구조였다. 물론 현실에서는 원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고, 하청 노동자의 처우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사용자성 확대 논의가 등장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기준의 명확성이다. 이번 사안에서 인정 대상은 직접 생산 공정이 아니라 급식, 통근, 시설관리 등 지원 업무를 맡는 업체다. 조선소 운영에 필요한 기능임은 분명하지만, 이를 이유로 원청의 교섭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다면 기업이 외부 전문업체와 계약을 통해 운영 효율을 높여온 기존 구조는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 오늘은 급식이고 내일은 물류, 경비, 설비 유지보수로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 이는 단순히 노사 창구가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비용 구조와 의사결정 구조가 동시에 복잡해진다. 계약 상대방은 협력업체인데 교섭 책임은 원청이 지는 구조가 되면, 외주화의 경제적 합리성은 급격히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신규 도급 계약을 꺼리거나 내부 조직으로 되돌리는 선택을 검토하게 된다. 이는 생산성 향상이나 전문화보다 방어적 경영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더 우려되는 것은 산업 경쟁력과의 연결고리가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 일본의 기술 추격, 친환경 선박 전환 경쟁이 동시에 벌어지는 대표적 글로벌 격전지다. 한화오션을 비롯한 국내 조선사들은 수주 경쟁력, 원가 관리, 납기 대응에서 하루하루 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 범위가 예측 없이 확대되면 기업은 투자보다 리스크 관리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노동권 보호는 중요하다. 원청의 실질 지배력이 있다면 책임도 따라야 한다는 원칙 역시 타당하다. 그러나 그 원칙이 산업 현장의 현실과 분리돼 무한정 확장돼서는 안 된다. 노동권과 경쟁력은 둘 중 하나를 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설계해야 할 정책 과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판정의 확대가 아니다.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보다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정립하는 일이다. 어느 수준의 지휘·감독이 있을 때 책임이 발생하는지, 생산 핵심 공정과 지원 업무는 어떻게 구분할지, 도급계약의 독립성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명확해야 한다.
 
경계가 흐려진 시장에서 기업은 투자에 소극적이 되고 노동 현장은 갈등이 잦아진다. 산업 경쟁력이 흔들리면 결국 일자리도 흔들린다. 기업 책임을 넓히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그 책임의 선을 분명히 긋는 일이다.
 
 
이미지한화오션 홈페이지
[이미지=한화오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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