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서울의 선택, '누가 더 단단한가'를 묻는 선거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이번 6·3 서울시장 선거를 단순히 프레임의 충돌로만 본다면 그것은 현실을 반쯤만 보는 일이다. 결국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마주치는 고민은 사람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분명 인물 대결이다. 그리고 그 인물 대결의 핵심에는 묵직한 공통점 하나가 놓여 있다. 바로 '12년'이다.
 오세훈과 정원오. 두 사람 모두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행정을 경험했다. 짧지 않은 세월이다. 현장을 알고, 조직을 알고, 정책의 작동 방식을 몸으로 겪어온 시간이다.
 그러나 이 '같은 12년'은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린다. 오세훈의 시간은 서울시청에서 축적됐다. 수도의 중심, 정책의 최상단에서 도시 전체를 설계하는 자리였다. 한강 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DDP, 서울런, 9988·안심소득, 더 맑은 서울 2030과 최근의 교통·주거 정책까지 그의 행정은 늘 '전체'를 상대로 했다. 방향을 정하고, 구조를 바꾸고, 논란을 감수하면서 도시를 밀어붙이는 방식이었다.
 반면 정원오의 시간은 구청에서 쌓였다. 성동구라는 생활 단위 행정의 최전선에서 주민과 맞닿아 있었다. 복지, 생활 인프라, 지역 공동체, 시민 참여 등 그의 행정은 '가까이’에 있었다. 세밀했고, 친화적이었고, 즉각적인 반응에 강점을 보였다.
 문제는 여기서 갈린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는 어디에 더 가까운가. 서울은 성동구가 아니다. 서울은 1000만 인구의 거대 도시이며, 동시에 세계 도시들과 경쟁하는 하나의 국가급 플랫폼이다. 이 도시를 이끄는 자리는 민원을 처리하는 자리인가, 아니면 방향을 설계하는 자리인가.
 유권자는 지금 이 질문 앞에 서 있다. 같은 12년의 행정 경험이라면, 과연 어느 쪽의 '뼈'가 더 단단할까. 오세훈의 뼈는 큰 구조를 다루며 굵어졌다. 비판과 갈등 속에서도 방향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단련됐다. 실패와 중단도 있었지만, 다시 돌아와 같은 자리에서 도시를 이어붙인 경험까지 갖췄다.
 정원오의 뼈는 생활 현장에서 다져졌다. 주민과의 거리에서 신뢰를 쌓고, 작은 변화를 반복하며 행정을 축적해왔다. 그의 강점은 '공감'이고, '밀착'에 있다. 그러나 도시를 움직이는 힘은 공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특히 서울처럼 복합적이고 거대한 구조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둘은 도시철학 역시 분명히 갈린다. 오세훈은 성장과 설계를 말한다. 미래를 전제로 한 투자, 도시 경쟁력, 인프라 확장 등 지금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내일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접근이다. 이에비해 정원오는 참여와 현장을 말한다. 시민의 목소리, 공동체, 생활 중심 정책 등 지금의 필요를 채우고, 시민과 함께 결정하겠다는 방식이다.  둘 다 틀린 길은 아니다. 그렇다고 둘은 동시에 갈 수 있는 길도 아니다. 도시는 결국 선택을 요구한다. 미래를 먼저 설계할 것인가, 현재에 먼저 반응할 것인가.
 과거 10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서울은 사람 중심, 공동체, 참여 등 '좋은 말'이 넘쳐났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도시의 속도는 분명히 느려졌다. 결정이 늦어졌고, 책임은 흐려졌다. 유권자들은 이미 그 시간을 경험했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권 심판도, 인물 호불호도 아니다. 이 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질문이 따른다. 누가 더 큰 도시를 다뤄본 사람인가. 누가 더 어려운 결정을 내려본 사람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누가 서울을 다음 단계로 끌고 갈 수 있는가. 12년의 시간은 숫자로는 같다. 하지만 그 시간의 밀도와 방향은 같지 않다. 결국 투표는 이렇게 바뀐다. 경험이 아니라, 경험의 '질'을 고르는 선택으로 말이다. 서울은 지금, 다시 한 번 묻고 있다. 오세훈과 정원오, 과연 누구의 뼈가 더 단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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