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병건 사모펀드협의회 회장 "PEF 규제 동의하지만, 역차별 우려…토종 경쟁력 지켜야"

 
박병건 대신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박병건 사모펀드협의회 회장(대신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난해 이후 사모펀드(PEF)에 대한 여론은 부정 일색이다. 국내에 PEF가 선보인 지 2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약탈적 자본'이란 비판이 점점 고조되는 추세다. 여기엔 홈플러스 사태도 일조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사모펀드(PEF)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형국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힘들게 쌓아온 한국 PEF의 근간이 자칫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재편 등 PEF가 해왔던 순기능을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선 ‘책임 강화’와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병건 사모펀드협의회 회장(대신프라이빗에쿼티 대표)을 지난 20일 만났다. 그는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운용사와의 규제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 투자(SRI)를 통한 장기 수익성과 신뢰 회복 필요성을 강조했다.
 
“규제강화 동의하지만 역차별은 없어야”
박 회장은 최근 정부·여당의 PEF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큰 틀에서 공감대를 갖고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세부 내용에서 업계 차원의 의견을 개진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해외 운용사와 비교해 역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해외 운용사와의 경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규칙 아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EF 규제가 국내 운용사의 투자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박 회장은 “특정 규제가 시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국내 운용사가 불리해지고 해외 운용사가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며 “이는 정책 의도와 다르게 나타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해외 운용사에 비해 역차별을 키워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일부 규제 과정에서 영업 비밀이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해외 운용사 대비 토종 운용사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펀드 운용 과정에서 중요 정보가 공개되면서 투자 경쟁에서 불리해지거나 우수 인재를 빼앗기게 되는 역차별 요소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PEF 시장은 2000년대 중반 정부 주도로 형성됐으며 당시 해외 자본 유입 확대에 따라 국내 투자자 이익 보호와 국부 유출 방지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이후 국민연금, 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자를 기반으로 한 토종 PEF 생태계가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 자금 기반 PEF는 연기금 등 국내 이해관계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해외 자본 중심 운용사는 자국 투자자 이익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며 “토종 PEF가 제대로 성장해야 국내 투자자와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가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PEF, 국민성장펀드에서 핵심축 역할 할 것”

최근 PEF들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지만, 국내 PEF가 그간 해왔던 공은 상당하다. 박 회장은 이러한 국내 PEF의 순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한국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가 공을 들이는 정책금융과의 연계도 국내 PEF가 잘 해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박 회장은 “국민성장펀드와 같은 정책자금은 벤처캐피털(VC)과 PEF가 함께 역할을 해야 한다”며 “벤처가 초기 기업을 발굴하면 PEF는 성장 단계에서 대규모 자금을 공급해 스케일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등 유망 벤처기업이 스케일업 단계에서 국내 투자 공백으로 해외 자금을 찾는 경우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성장성과 수익이 해외로 유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PEF는 대규모 투자를 수행해온 경험이 있는 만큼 국민성장펀드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중소·중견기업 투자 비중이 약 70%, 기술기업 투자 비중도 40~50%에 달하는 만큼 관련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성장펀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우주항공, 방산 등 국가 핵심 산업 전반에 자금이 공급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은 투자 생태계가 자리 잡으면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성장펀드는 단순한 자금 공급이 아니라 한국 산업의 성장 단계 전반을 강화하는 정책”이라며 “PEF 업계도 이에 적극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책임이 곧 성과”

PEF 업계의 변화와 관련해 박 회장은 사회적 책임 투자(SRI)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모펀드 업계에 큰 논란이 발생한 상황 속 장기적인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책임 투자가 오히려 수익률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 펀드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펀드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이를 고려한 펀드의 성과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사회적 책임이 수익성과 상충된다는 기존 인식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투자 성과가 데이터로 확인되고 있다”며 “사모펀드는 장기 투자를 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3~5년 내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사회적 책임 투자는 도덕적으로도 옳지만 수익성과 반드시 반비례하지 않는다”며 "PEF 업계는 앞으로도 사회적 투자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데이터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확인된다. 업계에 따르면 PEF가 투자한 기업의 고용은 연평균 9.1% 증가해 전체 시장 평균(4%대)을 크게 상회했다. 임금 역시 연평균 9.3% 상승하며 국내 평균(3%대)을 웃돌았고, 정규직 비중도 94% 수준으로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보였다.

그는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정책 환경과 시장 변화를 꼽았다. “정부 규제 역시 환경과 사회적 요소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인센티브를 주고 있고 소비자들도 책임을 잘 실천하는 기업에 더 높은 브랜드 가치를 부여하는 흐름이 있다”며 “이런 요인들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와 수익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회장은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기관이 251개인데, 이 중 PEF가 75개로 업권별 최대 참여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책임 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영향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앞으로도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이 제시한 스튜어드십 코드 시즌2 등 고도화 흐름에 맞춰 자율규제와 책임 투자 수준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사태 재발 없을 것" 

이와 함께 사모펀드의 경제적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국내 M&A 시장에서 PEF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며, 연간 투자 규모도 약 30조원 수준으로 벤처투자를 크게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PEF 업계는 AI,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등 고위험·고성장 산업에 누적 약 570억 달러를 투자하며 공공 재원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리스크 흡수자’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연구개발(R&D) 투자와 설비투자 역시 각각 연평균 16%, 10% 증가하며 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자율규제 정착과 투명성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해외 운용사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면서도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투자자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홈플러스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특히 토종 PEF는 이런 사태를 절대 재발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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