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주식회사 삼성전자의 주인은 누구인가

이도윤 증권부장
이도윤 증권부장

주식회사는 자본주의 시대를 연 최대 발명품으로 꼽힌다.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는 1602년에 등장했다. 식민지 시대의 첨병인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그것이다. 보유한 주식만큼만 책임을 나눠지는 '유한책임', 그리고 '배당'이라는 수익 배분 장치가 주식회사의 양대 근간이다. 거래소(stock exchange) 시스템의 도입으로 주식회사는 최전성기를 구가하게 됐다. 엔비디아, 애플 등 시가총액은 웬만한 국가의 GDP를 상회한다.

100년도 안된 한국 자본주의 역사에서도 주식회사는 근대화·산업화의 근간이자 동력이었다. 숱한 인재들이 주식회사로 종잣돈을 끌어모아 기업을 키웠다. 그렇게 성공한 주식회사의 대표주자가 삼성전자다. 50여년 만에 국내 최대 기업이자 시가총액만 1300조원의 매머드급 회사로 컸다.

주식회사와 주주 자본주의의 발전은 한 가지 질문을 낳았다. '주식회사 혹은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란 질문이다.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에선 오래 전에 답을 도출했다. 주주가 곧 주식회사의 주인이다. 주식회사(기업)의 목표는 주주 이익의 극대화에 있으며, CEO를 포함한 경영진은 주주들의 대리인이라는 게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의 특징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 창출"이라는 밀턴 프리드먼의 말이 이론적 토대가 됐다. 

하지만 한국에선 주식회사의 주인이 여럿이다. 오랜 기간 회사의 주인은 오너(창립자)와 등치 관계로 여겨져왔다. 일반 소액주주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만 주인 대접을 받기 일쑤였다. 때로는 노조가 주인 역할을 하러 나서기도 했다. 정부가 주인 노릇을 하려 들 때도 있었다. 2011년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이 꺼낸 '초과이익 공유제'가 대표적이다. 돈을 많이 번 대기업의 이익 중 일부를 협력사 등에 나눠주자는 취지다.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제학에서 배우지도 못한 말"이라고 강하게 맞받아치면서 사회적 논쟁이 일기도 했다.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잡음은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란 논쟁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삼성전자 노조는 5월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실현된다면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이다. 회사가 벌어들인 성과를 직원들에 더 나눠달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그러자 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모으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주주 중 일부가 노조 파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조에 막대한 성과급을 줄 경우 배당 등 주주환원 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서다. 

정부도 가세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삼성전자의 성과가 과연 경영진과 노동자만의 결실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조 파업을 우려해서 하는 말이지만 주식회사 삼성전자의 성공에 국가, 사회, 협력사 몫도 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이다. 

모두가 삼성전자의 주인 노릇을 하고 싶어하는 이 상황에서 애가 타는 건 회사 경영진일 것이다. 반도체 사업에서 적자를 낸 게 불과 2년 전이다. 모처럼 찾아온 AI발(發)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탔지만 언제든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시기다. 미래를 위한 시설투자, R&D에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 또 예비 실탄을 쌓아두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데 소액주주들의 배당확대 요구는 거세고, 노조는 성과를 더 나눠달라 한다. 일자리, 사회공헌 등 사회적 책임을 늘리라는 정부 차원의 무언의 압박도 적지 않다. 

과연 주식회사 삼성전자의 주인은 누구일까. 삼성전자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이나 이재용 회장인가, 12만82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인가. 아니면 법적으로 공인된 일반 주주 420만명인가. 5년마다 바뀌는 정부는 어떤가. 확실한 건 삼성전자의 미래와 지속 성장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이가 '진정한 주인'이어야 한다는 것일 게다. 당장의 성과 배분에만 몰두하는 노조, 시세차익만을 좇는 단기 투자자를 주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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