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짠한형 신동엽' 논란이 남긴 과제… 책임은 규제가 아니라 설계다

신동엽의 유튜브 토크쇼 ‘짠한형’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성희롱 논란이 제기된 예고편 일부가 삭제됐지만, 대중의 반응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문제의 장면만 덜어낸 대응이 근본 해결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과도한 음주 연출과 자극적인 발언, 신체를 소재로 한 농담 등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누적된 구조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안을 바라보는 핵심은 유튜브의 변화다. 구독자 수백만 명을 보유한 채널은 더 이상 개인 창작물의 범주에 머물지 않는다. 그 영향력은 이미 지상파 방송에 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청소년까지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플랫폼 구조를 고려하면, 사회적 파급력은 오히려 더 넓을 수 있다. 그럼에도 규제와 책임의 틀은 여전히 ‘개인 미디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괴리가 반복되는 논란의 근본 원인이다.

사진유튜브 짠한형 신동엽
[사진=유튜브 '짠한형 신동엽']


그렇다고 유튜버를 공영방송과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유튜버는 국가로부터 주파수를 배정받거나 공적 재원을 지원받는 존재가 아니다. 철저히 시장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사적 주체다.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공영 매체 수준의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권리와 의무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동일 규제’가 아니라 ‘영향력에 비례한 책임’이다.


문제는 지금의 시스템이 그 책임을 제대로 설계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유튜브 생태계에서 콘텐츠의 수익은 조회수와 노출량에 따라 결정된다. 자극적인 내용일수록 확산 속도가 빠르고, 이는 곧 수익으로 이어진다. 이런 구조에서는 제작자에게 도덕적 자제를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알고리즘이 자극을 보상하는 구조를 유지한 채 ‘선을 지키라’는 주문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따라서 해법은 규제가 아니라 인센티브의 재설계에 있다. 첫째, 일정 영향력을 가진 채널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책임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 다만 이는 공영방송식 사전 검열이 아니라, 연령 등급 표시, 위험 콘텐츠 경고, 사후 정정 의무 등 기본적인 정보 제공과 책임에 국한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시청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둘째, 규제 기준 역시 단순한 구독자 수가 아니라 실제 영향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오늘날 유튜브에서는 구독자 수보다 알고리즘을 통한 노출량이 더 큰 변수다. 구독자가 적어도 쇼츠 영상 하나로 수백만 명에게 도달할 수 있는 구조에서, 단순한 채널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를 설계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노출 규모, 청소년 도달률, 콘텐츠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셋째, 플랫폼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규제를 강화할 유인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국가와 플랫폼, 시장이 결합된 ‘공동 규제 구조’가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광고주가 민감한 콘텐츠를 회피하도록 유도하는 브랜드 세이프티 기준, 반복적 논란 채널에 대한 노출 제한, 연령별 콘텐츠 필터링 등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표현을 막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콘텐츠가 과도하게 확산되지 않도록 유통 구조를 조정하는 것이다.


넷째, 제작자 역시 변화해야 한다. 다만 이는 도덕적 각성을 요구하는 차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콘텐츠 전략의 문제다. 자극에 의존한 콘텐츠는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반복될수록 신뢰를 잃고 브랜드 가치를 훼손한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콘텐츠는 개인의 표현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가 된다.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시장에서도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유튜브는 이미 사회의 중심 미디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책임과 규제의 방식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 ‘자율이냐 규제냐’라는 이분법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필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이 작동하도록 만드는 정교한 설계다.


‘짠한형’ 논란은 특정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다. 유튜브 시대 전체가 마주한 구조적 질문이다. 이제는 묻고 답해야 한다. 누가 말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느냐가 기준이 되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책임의 기준을 세울 것인가. 그 답은 규제가 아니라 설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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