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종로 보신각. 도심의 심장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은 소란스러웠지만, 메시지는 또렷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들이 던진 질문은 단 하나였다. 국가 최고 권력이 법 위에 설 수 있느냐 였다.
그 출발점은 이재명 대통령의 '조작 기소' 특검법 처리와 관련해 사실상 지방 선거 이후로 속도를 조절하라는 지침이었다. 다시 말해 특검 자체에 대한 불법·부정은 없다. 다만 시기만 늦추라는 주문이다. 겉으로는 신중론 같지만, 그 본질은 한참 비켜갔다. 국민이 묻는 것은 언제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이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을 보신각을 택한 이유에 대해 오세훈 후보는 '역사적·상징적 의미를 고려한 가장 적절한 장소라고 했다. 이 말은 장소 설명을 넘어선다. 지금 논의되는 특검이 단순한 수사 문제가 아니라 헌정 질서의 상징을 건드리는 사안이라는 문제의식의 표현이다.
특검은 본래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 장치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법안에는 공소를 취소해 재판 자체를 없앨 수 있는 권한이 포함돼 있다. 이것은 수사가 아니라 면죄에 가깝다. 법정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할 제도가 오히려 그 길을 닫는 구조로 설계된 셈이다.
문제는 대상이 현직 대통령이란 점에서 더 무거워진다.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사건은 여전히 수사 또는 재판 절차 속에 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선거법 위반 사건 등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사안들이다.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법정이 필요하다. 판단은 정치가 아니라 사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소 취소 권한을 가진 특검이 도입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법정에 서기 전에 그 절차가 사라진다. 이는 단순한 입법 논쟁을 넘어,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다. 일사부재리, 삼권분립이라는 헌정질서의 축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오세훈 후보의 메시지는 이 지점을 겨냥했다. 시기가 아니라 내용이 이다.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자는 주장도, 속도를 조절하자는 주문도 본질을 비껴간다. 선거 전에는 부담을 줄이고, 선거 후에 처리하겠다는 계산이라면 그것 자체가 이미 정치다. 민주주의는 타이밍의 기술이 아니라 원칙의 문제다. 법 앞의 평등, 절차적 정당성, 권력 분립이라는 기준은 어떤 시대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 지점에서 대통령의 책임은 분명해 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 이상 시기와 절차 뒤에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 공소 취소 권한이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 여당인 민주당에 숙의를 주문할 것이 아니라 그 조항의 삭제와 법안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정무 라인을 통한 간접 설명이나 신중론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의 사건과 직결된 법안일수록, 대통령은 더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법 앞의 평등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다. 대통령 자신이 법정의 판단을 피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때 그 원칙은 설득력을 갖는다. 시기를 늦추는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인 공소 취소 권한을 걷어내는 헌정적 결단이 필요하단 말이다.
보신각의 종은 늘 울릴 수 있지만, 이날의 울림은 오래 남는다. 이날 기자회견이 남긴 것은 하나다. 권력이 스스로를 위해 법을 바꾸려는 순간, 민주주의는 가장 취약해 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 조절이 아니라 방향 수정이다. 대통령은 그 질문 앞에서 더 이상 침묵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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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w**** 2026-05-05 22:58:40100%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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