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담은 바람의 흔적…권두현 '길이'전

권두현 개인전 포스터 사진갤러리 유정
권두현 개인전 포스터 [사진=갤러리 유정]
“불황 속 ‘완판’ 신화는 우연이 아니었다.”

갤러리 유정이 지난 2월 미술 시장의 침체기 속에서도 전 작품 고른 판매고를 올리며 화제를 모았던 권두현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 ‘길이’를 개최한다.‘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 연작 프로젝트의 두 번째 시리즈이기도 하다. 오는 5월 9일부터 6월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너비’에 이어 회화의 본질을 ‘길이’의 관점에서 해석하며, 보이지 않는 바람과 시간의 흐름을 화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갤러리 유정은 ‘아트 스튜어드 오브 밸류(Art Steward of Valu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작가와 컬렉터의 가치를 보살피는 예술지기를 자처해왔다. 이러한 갤러리의 선구안은 지난 ‘너비’전에서 수치로 증명됐다. 미술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80호 대형 작품부터 10호 이하 소품까지 전 규격의 작품이 고르게 판매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클래식 음악평론가 장일범 씨 등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직접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소장하면서 권 작가의 안정적인 시장 가치를 입증했다는 평가다.

이번 ‘길이’전은 전작에서 보여준 공간적 사유를 시선의 확장과 거리의 감각으로 옮겨왔다. 화면은 파란 하늘과 초록 들판, 끝없이 이어지는 지평선으로 채워진다.

관람객의 시선은 가까운 풀잎에서 시작해 멀리 흐릿해지는 지점까지 나아가며 물리적인 ‘길이’를 직접 체감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바람의 흐름을 흔들리는 풀잎과 작가 특유의 밀도 높은 ‘결’로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작품과 전시 공간의 유기적인 연결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실인 ‘스페이스 엘리’와 ‘스페이스 엘리오트’는 빛의 대비와 동선을 활용해 관람객이 작품의 질감과 색채를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고층(두암빌딩 12층)에서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서울 전경 역시 지평선을 다룬 전시 테마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독일 라이프치히 현대미술 플랫폼 ‘halle 14’ 스튜디오에서 활동했던 권 작가는 동양적 정서를 서양 회화 기법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해왔다. 반복적인 붓질로 화면의 밀도를 높이고 시간의 흔적을 담아내는 작업 방식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화적 탐구 방식과 유사하다. 

갤러리 유정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단순히 개관을 알리는 행사를 넘어 갤러리가 지향하는 예술적 기준을 확고히 하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높이’와 ‘깊이’로 이어지는 연작을 통해 작가의 세계를 더욱 입체적으로 조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 관람은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12시부터 5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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