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은 가비입니다"…사찰에 나타난 로봇 스님의 정체는?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로봇 수계식에 참석한 휴머노이드 로봇 G1 가비가 합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로봇 수계식에 참석한 휴머노이드 로봇 G1 '가비'가 합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람들을 잘 따르고 대들지 않으며, 에너지를 아끼고 과충전하지 않겠습니다."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열린 불기 2570(2026)년도 '로봇 수계식'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로봇 스님 '가비'가 사부대중 앞에서 밝힌 다짐이다. 살생을 금하고 탐욕을 경계하는 불교의 전통 계율을 로봇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이 발언은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인공지능(AI)과 첨단 로봇 기술이 종교계 깊숙이 스며들며 대중과의 새로운 소통 창구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 전통 계율 재해석한 '가비'…현대에 맞춘 '로봇 오계' 수지

조계종 최초로 불명(가비)을 받고 연비 의식까지 마친 가비는 인간의 형상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이날 가비는 보편적인 불교 교리 대신, 로봇의 물리적 특성을 불교적 가치관에 절묘하게 녹여낸 '로봇 오계'를 수지했다.

"사람을 잘 따르고 대들지 않겠다"는 말은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과 이타심을 뜻한다. "과충전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탐욕을 버리고 적은 것에 만족하라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의 가르침을 로봇의 배터리 충전에 빗대어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AI와 로봇 기술 역시 자비와 지혜, 책임의 가치 위에 쓰여야 한다는 불교계의 철학이 담겼다.

◆ 종교계에 부는 IT 바람…16일 연등행렬 출격해 대중과 호흡

종교계가 이처럼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는 청년층 및 글로벌 관광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다. 과거 엄숙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대중이 친숙하게 느끼는 기술과 문화 코드를 결합해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고 있다. 개인 고민에 맞춰 불교 명언을 추천해 주는 AI 챗봇이나 자율주행 안내 로봇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상징하는 가비는 곧 도심 한복판에서 대중과 만난다. 조계종은 가비를 비롯해 불명을 받은 도반 로봇 '석자', '모희', '니사' 등 총 4대의 로봇을 오는 16일 저녁 종로 일대에서 열리는 대규모 연등행렬에 참여시킬 예정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AI 시대에 로봇도 사부대중과 함께하는 시대가 됐다"며 "이번 연등행렬에 많은 시민이 참여해 로봇과 함께 부처님오신날을 찬탄하고 축원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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