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가 캐나다 전기차(EV) 공장 건설 계획을 무기한 동결하기로 했다. 미국 시장의 EV 수요 둔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 전환으로 북미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의 EV 투자 전략도 급격히 수정되는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6일 혼다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추진해온 EV·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사실상 중단하기로 하고 캐나다 정부와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혼다는 향후 북미 정책 환경에 따라 계획 자체를 철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프로젝트는 EV 공장과 배터리 공장을 포함해 총 150억 캐나다달러(약 16조원) 규모다. 연간 생산능력은 24만 대 수준으로 계획됐으며, 토지 확보와 정부 지원 협의도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다. 혼다는 당초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했지만 EV 시장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하자 지난해 5월 가동 시점을 약 2년 늦춘 데 이어, 이번에는 무기한 동결을 결정했다.
혼다의 전략 수정 여파는 외부 협업 구조에도 번지고 있다. 소니그룹과 공동 설립한 EV 합작사 '소니·혼다 모빌리티'는 지난 3월 독자 EV '아피라' 개발 중단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21일에는 직원 약 400명을 양사로 재배치한다는 후속 결정도 내놨다. 혼다 본체의 EV 전략 수정으로 채산성 확보가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닛케이는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준의 재정비"라고 전했다.
특히 닛케이는 이번 결정 배경으로 미국 정책 변화를 지목했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EV 구매 세액공제 등을 도입하며 북미 EV 투자 경쟁을 촉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EV 세액공제를 폐지했고, 지난해 말에는 자동차 제조사에 대한 평균 연비 규제도 완화했다. EV 생산 확대 압력이 약해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도 변하고 있다.
실제 미국 시장에서는 EV 판매 둔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EV 판매량은 전년 대비 2% 감소한 127만대였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 급감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HV)는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신차 판매에서 HV 비중은 19%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혼다 역시 이미 HV 중심 전략 재편을 공식화한 상태다. 혼다는 현재 북미에서 판매 중인 EV '프롤로그' 생산도 2026년 후반 종료할 예정이다. 이 경우 혼다의 미국 라인업에서 EV가 한시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한국 배터리 업계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혼다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EV 전용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왔지만, 이를 향후 HV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EV 시장 둔화는 혼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닛산자동차는 미국 미시시피주에서 추진하던 EV 2개 차종 생산 계획을 중단했고, 미국 포드는 주력 픽업트럭 EV 생산 중단과 함께 최대 195억 달러 규모 특별손실 반영 계획을 내놨다.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해 미국 EV·배터리 공장에서 3300명 규모 감원을 결정했다.
다만 EV 시장 자체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V) 판매량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1812만대를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신차 판매의 절반 이상이 EV일 정도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닛케이는 "북미 EV 시장은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세계 시장 전체는 여전히 확대 흐름"이라며 "혼다가 향후 EV 경쟁력을 어떻게 재구축할지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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