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인허가 단축만으론 반쪽…공급 추진 위한 디테일 없어"

  • "규제·공사비 갈등에 대한 해법 없고 비아파트 단기 대책도 실종"

서울 서초구 구룡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2024100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서초구 구룡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2024.10.0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시장 선거 양당 후보가 경쟁적으로 정비사업 공급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인허가 절차 단축만으론 공급난을 풀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 지연의 핵심 원인인 규제와 공사비 갈등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당장의 공급난을 해소할 비아파트 단기 공급 대책이 양측 공약 모두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점, 중앙정부 정책과의 정합성을 공약 설계 단계부터 따졌어야 했다는 점 등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14일 서울시장 후보들에 대한 부동산 정책을 평가한 전문가들은 공약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진단의 깊이가 얕아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허가는 엔진의 시동을 거는 것일 뿐, 금융과 규제라는 브레이크를 동시에 풀어야 공급 시계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제언이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규제가 묶여 있는 상황에서는 사업을 진전시키고 싶어도 퇴로가 막힌 조합원들로 인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며 "규제 완화가 병행되지 않는 인허가 단축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공사비 급등 국면에서 민간 사업에 대한 실질적 인센티브가 공약으로 구체화돼야 한다는 게 심 교수의 지적이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4.42로 전월 대비 0.49% 상승했다. 기준 연도인 2020년(100)과 비교하면 30% 이상 뛴 수치다. 공사비 급등은 조합과 시공사 간 증액 갈등으로 직결된다. 업계에서는 이 구조적 병목을 풀기 위해 시공사 선정 단계부터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실질적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비사업을 지금 당장 밀어붙여도 결과가 나오는 건 10년 후"라며 "두 후보 모두 당장 시장에 공급을 풀 수 있는 단기적인 비아파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간 건축자금 대출 지원으로 소규모 건축업자의 자금 조달 부담을 낮추고, 주차장법 완화와 기반 시설 등을 직접 조성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감리를 강화해 하자 없는 고품질 비아파트를 시장에 공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 소장은 "아파트 수준은 아니더라도 하자 없이 살 수 있는 질 높은 비아파트를 민간이 공급하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서울시가 당장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공급 대책"이라며 "기존 빌라를 세금으로 매입하기보다, 민간이 고품질 비아파트를 공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단기 공급의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서울시 단독으로 이행 가능한 공약과 국회 입법이 필요한 공약, 중앙정부 협조가 전제돼야 하는 공약을 명확히 구분해 공시하지 않으면 임기 내내 '외부 요인' 탓으로 공약이 공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두 후보 모두 중앙정부와 얼마나 긴밀하게 공조할 수 있는지가 공약 실현의 관건"이라며 "서울시 권한으로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지 않은 공약은 선거용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주비나 사업비 대출 문제로 멈춰선 단지들을 위해 시 차원에서 가능한 금융 마중물 역할이 구체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규제 완화 없이는 사업 자체가 돌아가기 어려운 구조인데,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경향이 있다"며 "공사비 등 경제성 문제 보완에 대한 중앙정부와의 정책 조율과 역할 분담 방안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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